대구에 온 지 벌써 4개월, 비록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성서공단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의 소중한 명함들이 가을 수확이라 하겠다. 더 큰 수확의 기쁨은 화려하지 않아도 내실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을 통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견 기업도 한둘 있지만, 묵묵히 고용을 유지해가는 중소기업이 지역 산업 뿌리이자 견인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반적으로 기업환경이 다소 나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무언의 과묵함 속에는 사업 확장을 위한 시설 투자 확대나 고용증대를 고려할 상태는 아니라 말한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위험성이 내포된 혁신보다는 안정된 변화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신규 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나, 지자체의 잇단 정부 대형사업 유치에 대한 반응 또한 매우 냉정한 것처럼 느껴진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어느 사장님이 녹색성장이나 녹색산업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묻는다. 감히 분명히 관계가 많다고 답하고 싶다. 실질적인 녹색성장의 주역은 바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 속에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만이 곧 녹색성장의 핵심인양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환경에너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대다수 중소기업을 조연으로 만들어 버린 푸념도 섞여 있는 것 같다.
물론 녹색산업을 구성하는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두 축 중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산업구조 개선이 우선적 선택이긴 하지만 총탄소배출량의 43%를 차지하는 제조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폐기물 저감 대책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국내 제조 부문 기업체의 99%, 고용의 88%, 총부가가치의 53%를 담당하는 중소제조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이 마땅히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를 견인하는 녹색성장의 주역이어야 한다.
중소제조업 입장에서의 녹색성장의 실천적 전략은 환경 친화적인 제조환경을 구축하는 녹색 전환에 있다. 에너지와 자원 사용효율의 극대화와 오염원 배출 최소화를 통하여 제조원가와 환경비용을 줄여 제품의 원가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개개 기업의 진정한 녹색성장이라 할 수 있다.
정부 관련 부처와 지자체가 전통제조 산업의 녹색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작금의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생산현장의 녹색 전환을 서둘러 준비하여야 할 때이다.
생산현장의 녹색 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안점들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생산현장의 에너지 사용 실태와 소재의 사용효율을 분석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성 평가지표로서 에너지 사용량을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는 개념을 도입하여 단위 생산공정의 탄소배출량을 계량화해 보면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다.
이때 생산공정이라 함은 제품설계 단계에서 완제품의 운송 단계 및 폐기 제품의 재활용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품 설계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소재사용에 있어서 자원 재활용까지를 고려한 친환경 설계(Eco Design) 개념이다. 또한 생산공정의 에너지 사용효율과 소재 사용효율을 감안한 부품의 설계를 고려해야 한다.
공장 내 에너지 사용 과다 공정은 공정의 재구성, 새로운 공법 개발 및 시설의 대체 등을 검토하여야 하며, 시설 대체에 앞서 공장 내 발생되는 폐열이나 폐기물의 에너지 전환을 통하여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장 내 에너지와 소재자원의 순환계를 개선한다면 많은 에너지와 자원 절감을 이룰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주변의 제조환경을 재구성해 보는 것은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녹색성장은 남의 일도, 멀리 있는 일도 아니다. 바로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잠재 성장력을 배양하는 과업이다.
정부의 녹색 성장의 기조는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녹색산업화 정책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과 에너지 관련기업이 거의 없는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으로부터 자칫 소외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따라서 지자체는 정부와의 협력을 통하여 지역의 소규모 공단이나 기업과 기업 간 에너지 및 자원순환 기반 구축이나 지역 중소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및 지원 방안 마련에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이강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경북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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