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시민운동을 예쁘게 보자

입력 2009-10-13 11:07:53

지난주에 전남 강진군 다산수련원에서 개최된 전국 시민운동가대회를 잠시나마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년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이 모이는 대회로 벌써 아홉 번째 진행되고 있다. '시민 공간과 새로운 지역 운동 모색'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다녀온 이유는 최근 전국 각 지역의 시민운동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전망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시민운동가들의 눈에서 열정과 희망이 있는가를 보고 싶었다고 해야겠다. 20대에서 50대까지 세대를 넘어 모인 200여 명에게서 우리 사회의 변화와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열정이 느껴져 남도의 때묻지 않은 바람과 함께 기대가 충족되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시민운동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주제, 분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공간적으로 보더라도 전국적, 광역 단위, 마을 단위, 도시형, 농촌형이 있을 수 있다.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단체도 있고 진보적인 단체도 있을 수 있으며, 풀뿌리 공익활동처럼 탈정치적인 시민운동 단체도 있다. 최근에는 대구시민센터처럼 공익적 시민 활동을 지원하는 시민운동 지원기관도 전국 여러 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오프라인 단체, 온라인 단체, 몇십 명에서 몇천 명에 이르기까지 규모 면에서도 다양하다. 또 역할에 따라 시민운동의 수명도 차이가 난다. 몇십 년 동안 지속되는 시민운동이 있는가 하면 몇 년 혹은 몇 개월 만에 목적을 달성하고 해산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시민운동은 다양하다. 그런 반면 시민들이 생각하는 시민운동은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가진다. 이름이 난 시민 단체가 시민 단체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 시민운동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회적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시민운동 전성기(?)를 대체적으로 2000년 전후라고 얘기하듯이 이후에는 시민운동의 주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의 참여, 사회적 영향력, 의제 생산력 등 면에서 그래프의 선이 내려오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정체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시민운동이 필요하지 않은가? 시민운동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시민운동은 필요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주어야 할 것은 이번 시민운동가대회의 큰 주제처럼 '시민운동,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들 것인가?'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시민운동이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참으로 많은 일을 해 왔다. 한때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집단이 무엇이냐는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런 시민운동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위기, 정치 환경의 변화, 시민의식의 발전, 시민운동의 분화와 같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두고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시민운동가들은 뼈를 깎는 성찰을 거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들고 갈 것인지를 잘 정리하리라 믿는다.

시민운동 혹은 시민운동가들이 버려야 할 것과 움켜쥐어야 할 것,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시민운동가들이 버려야 할 것이 '잘나가던 시절의 환상', 시민의 일상 생활과 어울리지 않는 언어, 무거운 조직 문화, '그들만의 리그'라면 움켜쥐고 가야할 것은 발랄함, 창조성, 여유, 일을 나누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저임금, 밀려드는 업무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시민운동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선진국일수록 시민 단체와 시민 활동이 활발하다. 시민운동이 새롭게 활력을 찾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준비할 시간을 이제 시민들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운동을 좀 예쁘게 봐주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예쁜 사람은 무엇을 해도 예뻐보인다고 했던가.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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