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기억력 Up'…수험생, 묘약을 찾는가?
고3 수험생인 황모양은 지난해부터 잠자는 시간을 4시간으로 줄인 뒤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2주 전부터는 사흘에 두 차례씩 심한 두통이 찾아와 공부하는 데 지장을 받고 있다.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은 황양은 오랫동안 고개를 숙여 공부해 경추(목등뼈)가 일자 형태로 바뀌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재수생 이모군도 2년 전부터 목과 머리 뒤쪽에 통증이 생겨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군은 일주일에 두 차례씩 어깨 운동을 한 뒤부터 두통이 거의 사라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의 뇌는 괴롭다. 뇌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빡빡한 학업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습관적으로 호소하는 어지러움과 두통은 단지 피로해서가 아니라 뇌 과부하가 외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떨어지는 체력과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에 맞서 시험 당일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뇌의 집중력을 높이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절한 식사와 수면, 바른 자세 유지다.
◆수면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는 벤젠의 분자 구조를 밝히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벤젠에 여섯 개의 탄소 원자가 들어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원자들이 어떤 모양으로 결합되어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쿨레는 꿈에 뱀 한 마리를 봤다. 특이하게도 그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 순간, 케쿨레는 그토록 목마르게 찾고 있던 해답을 발견했다. 벤젠의 분자 구조는 직선이 아니라 고리 모양이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멘델레예프는 어떤 순서로 원소를 배열할까 고민하다가 꿈을 꾸고 난 뒤 비로소 주기율표를 완성하게 됐다. 미국의 발명가 일라이어스 하우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꿰매야 하는 힘든 바느질을 대신해 주는 기계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꿈에서 얻었다. 바로 재봉틀을 발명한 것이다.
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일을 마냥 신기하게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뇌는 잠자는 동안, 특히 꿈꾸는 동안 경험을 다시 처리하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뇌는 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은 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다. 영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한잠 푹 자고 나면 의외로 손쉽게 해결되기도 하는 건 이러한 뇌의 작용 덕분이다.
수험생에게 '4당 5락'은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잠을 자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잠자는 동안 오늘 해놓은 중요한 학습이 뇌 안에 정리되고 기억된다. 수험생들은 최소한 6, 7시간 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을 통해 감정의 회로가 새롭게 재부팅되기 때문에 아픈 기억도 자고 나면 말끔히 없어져서 새로운 도전에 맞설 힘이 생기지만, 수면이 부족하면 정서적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자세
오랫동안 머리를 숙여서 공부를 하면서 '일자목'으로 고생하는 수험생이 많다. 경추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것이 정상이지만 머리를 숙인 자세를 오래 하면 이 곡선이 사라지고 일자목이 된다. 일자목이 되면 머리 뒤쪽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이 근육 긴장은 두통을 유발한다. 바로 긴장성 두통이다.
또 목 앞쪽 근육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뇌에서 혈액이 심장으로 환류하는 길인 정맥을 압박한다. 그렇게 되면 뇌 안의 정맥이 원활하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뇌를 싸고 있는 뇌척수액의 순환도 방해를 받게 된다. 뇌 순환속도가 정상보다 떨어지면 머리가 맑지 못하고 멍하게 된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일자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장시간 숙이지 않아야 한다. 독서대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사
뇌는 탄수화물만 연료로 사용하는 장기이다. 따라서 탄수화물이 풍부한 아침식사는 꼭 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급격하게 높이는 밀가루 음식과 사탕, 단음식 등 단당류보다는 현미밥, 통밀빵, 고구마, 바나나 등 다당류가 좋다. 단당류의 경우 남는 당분이 인슐린에 의해 지방으로 저장된다. 이에 따라 급격히 혈당이 저하되면서 뇌에 지속적인 탄수화물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다당류는 흡수가 천천히 되면서 다음 식사 때까지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뇌에도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탄수화물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포도와 블루베리 등 과일은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최근 연구결과 뇌혈관을 확장시켜 뇌 기능을 좋게 한다고 밝혀졌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병인 두신경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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