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하겠다는 북한, 구체적 진정성 보여야

입력 2009-10-12 12:44:3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통해 한일 양국과의 관계 개선 및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일련의 유화 제스처에 이은 북한의 대화 의지 피력은 중국 원 총리를 매개로 한 간접 방식이긴 하지만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이명박 대통령은 북측의 대화 의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북한의 6자회담 참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핵 포기 합의를 이루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미 밝힌바 있는 일괄타결방안도 결국 북핵 포기가 전제조건이다.

북한이 대화를 희망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관계는 대화 무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달한 원 총리도 '기회를 이용해야 적극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며 미국은 물론 한'일 양국의 대북 협상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 해결에는 무엇보다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대화를 희망하는 북한의 의사가 북미 양자회담을 위한 정지작업이거나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벗어나기 위한 책략이라면 이는 오산이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 관계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핵 폐기 논의가 대화의 전제조건이기에 우리 정부는 경제 지원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남북 간 대화를 환영하면서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만연해 있다. 지금껏 대화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못한 탓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먼저 솔직하고도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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