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뉴욕 추석맞이 민속대잔치 성공 '2명의 주역'

입력 2009-10-10 08:30:00

김경근 뉴욕총영사,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

김경근 뉴욕총영사
김경근 뉴욕총영사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

이번 제27회 뉴욕 추석맞이 민속대잔치의 성공적 개최 뒤에 대구·경북 출신 관(官)·민(民) 두 주역이 있었다. 대구 출신 김경근 뉴욕 총영사와 경북 상주 출신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이 두 주인공.

올해 행사에는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면서 파격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김 뉴욕 총영사 대신 행사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도 협회장이 대신 하게 된 것. 이 대통령은 관 주도에서 민 주도로 행사를 진행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중을 반영시켜 대통령 축사를 총영사가 아닌 후원회장이 하도록 간접 지시했다. 김 총영사는 과감하게 협조했고 대신 대통령 축사를 '대독'이 아닌 '낭독'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둘은 행사가 성황리 끝난 뒤에도 뉴욕 맨해튼의 한국식당인 '한가위'에서 뉴욕에서의 한인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논의를 했다. 지역 출신들이 미국 내 최대 축제인 뉴욕 행사를 주도해가고 이를 빛내주는 모양새였다.

◆김경근 뉴욕총영사

고려대 법학과 4학년 재학 중에 외무고시를 합격한 김경근(56) 뉴욕총영사는 첫 부임지가 뉴욕이었다. 그런 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2년 전 다시 뉴욕 총영사로 컴백했다. 그 세월 동안 한국의 지위는 실로 많이 향상됐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 할 만하다. 그는 "그동안 한국경제는 세계속에 우뚝 설 정도로 성장해 이제는 어딜가도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이번 뉴욕 행사에서도 "뉴욕지역은 미 동부 최대의 한인 커뮤니티로 동포사회가 미국내 뿌리내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그간 동포 1세들이 일궈온 땀과 노력을 토대로 이제 1.5세, 2세들이 미 주류사회로의 진출을 확대해 갈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그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이곳 동부지역에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IVY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김용 총장 등을 동포사회의 자랑거리라고 소개한 뒤, 올해는 캐빈 킴(Kevin Kim)이라는 한인 2세가 뉴욕 시의원에 당선 가능성이 확정적인 등 한국인이 앞으로 갈수록 더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뒤 오바마 정부에는 장관급에 중국계가 벌써 2명, 일본계 역시 1명이 진출하는 등 앞으로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는 "한국계가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역을 토대로 세계로 뻗어가려면 보다 진취적인 기상과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구는 특히 보수적이고 정체됐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럴수록 젊은이들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특히 경북지역은 농산물이 풍부한 만큼 농업을 중심으로 한 그린산업을 세계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외교통상부에도 대구·경북 출신 후배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지역 출신 후배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해 고향 후배들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다고 털어놨다.

부모의 고향은 경북 안동인 김 총영사는 외무고시도 합격한 사연도 재밌다. 대학에 입학한 뒤 외국어 공부에 흥미를 붙여 즐기면서 배우다보니 남들보다 쉽게 외무고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재학 중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남동균 대구시 정무부시장과 경북고 52회로 동기인 그는 대구 동인초교와 대구중학교를 졸업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에는 뉴욕에서 2년여간 일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벨기에, 이스라엘, 태국 등에서 근무했으며 요르단 대사를 거쳐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로 2년간 파견근무를 했다. 그는 앞으로 1년쯤 뒤엔 외교부에 더 중요한 자리로 이동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

'저 하늘에 슬픔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상해 임시정부와 백범 김구 선생' 등 영화기획자로 널리 알려진 도동환(71) 민족문화영상협회장은 17년 전 우연히 전 후원회장과 함께 뉴욕 한인대축제에 참석한 뒤 이 행사를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 협회장은 국내 유명가수를 투입해 행사의 볼거리를 늘리고 더 많은 후원을 받아 행사를 키워볼 것을 제안했고 바로 11회 행사부터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

도 협회장이 올해까지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17년 전 뉴욕 일대에 사는 우리 동포 2만여명이 모여 했던 추석행사가 이제는 20만명이 모여 이곳 일대가 떠들썩할 정도로 큰 대축제로 업그레이드시켜 놓았다. 그는 또 13년 전부터는 모국 농특산물박람회를 동시에 개최해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뉴욕에서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길도 터놨다.

도 협회장은 이 행사에 대해 "추석맞이 민속대잔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잊혀지기 쉬운 조국관을 일깨워주고 모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긍심을 심어줌으로써 고국과의 일체감을 한층 증진시키고 있다"며 "어려움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 뉴욕행사가 이만큼 커졌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에서 이 대통령을 대신해 뉴욕 총영사가 축사를 대독하지 않고 후원회장인 자신이 축사를 낭독한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이 서민속으로 뛰어든 행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행사 전날 청와대 비서관이 긴급히 연락해 와 이와 같은 대통령의 뜻을 전했는데 관 주도보다 민간 주도로 행사를 진행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봅니다."

그는 17년간 한 해도 빠지고 않고 이곳 뉴욕행사를 위해 대한민국에서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적극 후원했기 때문에 이곳에 오면 뉴욕 한인들의 대부로 통한다. 특히 이 행사를 주최해 온 뉴욕한인청과협회에서는 가장 고마운 인물이고 한국에서 온 후원특사로 여기며 존경의 마음을 담아 극진히 대접하고 있었다.

도 협회장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이처럼 매년 뉴욕까지 날아가 활동하는 것은 그의 나라사랑 때문이다. 그는 이 나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일이기에 더 열정적으로 일했으며 더욱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발벗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IMF위기 때도 금모으기 운동을 기획해 전국민적인 반향을 일으키도록 했으며 현재는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영화계에 갈고 닦은 탁월한 기획력을 나라를 위해 쓰고 있는 것.

그는 이런 업적 때문에 문화훈장 옥관장,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으며 제56회 서울시문화상,유림성균관 효도대상 등을 받았다. '추석맞이 민족대잔치'에는 17년째 후원회장을 맡아 오고 있다.

뉴욕에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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