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을 넘어' … 돔배기의 담백한 유혹
영천의 이름난 먹을거리를 들자면 '돔배기'를 빼놓을 수 없다. 포항의 고래고기와 과메기, 안동의 간고등어에 비교될 정도로 내륙지방에서 맛 볼 수 있는 바다고기 별미다. 경상도의 사투리로 '양제기'(제수용으로 아주 좋다는 뜻)로 불리는 영천 돔배기는 참상어 고기에 천일염으로 맛깔스럽게 간을 한 전통 먹을거리로 유명하다. 특히 영천 돔배기는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해 집안의 큰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상에 올랐던 귀한 음식 대접을 받았다.
유독 영남지역 제사상이나 잔치상에서 빠지지 않아 '양제기, 제수용 음식'으로 인식돼 온 영천 돔배기가 몇 해 전부터 다양한 요리로 개발되면서 고급 식재료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이제 제사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영천 돔배기를 앞으로는 고급 레스토랑과 퓨전 음식점, 고급 한정식 집에서 다양하게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수용 이미지 벗고 고급 식재료로 탈바꿈
그동안 상어 요리는 별 게 없었다. 제사상에 올려지는 '산적'이나 '탕'이 전부였다. 하지만 2004년 신영자 성덕대 전통식품연구소장이 '돔배기 돈가스' 등을 개발해 냈고 이듬해 5월에 대경음식포럼이 대구음식박람회를 통해 돔배기를 재료로 '저냐', '강회' 등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면서 돔배기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영천시도 한때 표준화와 규격화, 과학화를 통한 고품질 돔배기 생산으로 산업화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존 재래시장 상권 위축을 우려한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지역의 한 업체가 상어고기를 이용해 제조한 돔배기를 '영천돔배기'라는 브랜드로 특허 상품화하면서 영천 돔배기의 산업화와 브랜드화, 고급화 필요성이 급부상했다.
이후 영천시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영천 돔배기 활성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2007년 10월 대구가톨릭대 해양바이오연구센터에 영천돔배기사업화 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11월 영천 돔배기 심포지엄, 2008년 2월 영천 돔배기 생산자협회 발기인 대회, 6월 영천 돔배기 연구소 개소, 2009년 1월 영천 전통 돔배기 포장재 지원, 기업체 선정 간담회, 2월 신활력 사업으로 한방 돔배기 생산 협의 등이 발 빠르게 진행돼 오고 있다.
돔배기 활성화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야말로 이미지 변신이다. 기존의 제수용품 이미지에서 다양한 요리 개발로 돔배기가 고급 음식 재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이원숙 생활자원팀장은 "영천 돔배기의 고품질화 및 세계화를 통한 지역 전통수산가공식품의 이미지 제고, 세계적 지역 브랜드 제품 생산 등으로 전통가공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며 "돔배기를 재료로 다양한 요리들을 개발, 돔배기 전문 음식점 지원 등 이미지 탈바꿈을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식품박람회, 돔배기 요리 진수 선보여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우리음식연구회(회장 권정숙)가 최근 영천에서 열린 제2회 경북식품박람회에서 돔배기 요리의 진수를 선보였다. 대구한의대 한방식품조리영양학부 김미림 교수 등과 함께 연구, 개발해 낸 27종류의 돔배기 요리를 전시한 것.
돔배기를 활용해 어린이 영양식과 간식, 잔치음식, 어르신들의 건강식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특히 '한방의 고장 영천' 이미지를 음식에 담아내기 위해 돔배기와 한약재를 이용한 전통 약선음식도 개발, 돔배기의 산업화를 앞당기고 있다.
'돔배기 전골'은 사계절 기(氣)와 혈(血)을 보충해주는 대표적 한방 돔배기 약선요리다. 이 요리에는 돔배기에다 감초·천궁·인삼·대추·백출·생강·복령·황기·숙지황·작약·당귀 등 11가지 한약재를 넣고 대파와 채소, 두부, 버섯, 닭고기 등으로 끓여내 고급 건강식으로 내놓았다.
또 여러 가지 곡류로 감싼 '돔배기 무스와 자몽', 저온 조리법으로 익혀낸 '돔배기와 아스파라거스', 인삼·대추가 들어간 '호박, 돔배기 무스와 젤리' 등 현대식 퓨전요리도 보는 이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이 밖에 돔배기 포, 돔배기 김치찜, 돔배기 껍질 무침, 돔배기 장조림, 돔배기 연잎찜, 돔배기 만두 등 다양한 돔배기 요리들이 개발, 산업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영천농업기술센터는 돔배기 음식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돔배기와 한약재를 이용한 '돔배기 한방 정식' 등 새로운 먹을거리를 개발해 산업으로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돔배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의 개발이 돔배기 대중화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센터를 돔배기 음식 체험과 관련 교육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권정숙 회장은 "돔배기는 해산물 가운데 고급 식재료에 들지만 그동안 제수용 음식으로만 치부돼 왔다"면서 "돔배기 전문 음식점을 열어 돔배기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홍보한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건강기능성 음식 '돔배기'
돔배기는 그야말로 건강기능성 음식의 대명사다. 가시나 비린내가 없어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고 요리 재료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돔배기는 한의학에서 오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고 간·폐를 돕는 작용이 강해 피부질환이나 눈병에 효험이 있는 식품으로 전해오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해양바이오연구센터에 따르면 돔배기는 지방함량이 낮은 반면 단백질과 당 함량이 높아 깔끔한 음식이라는 것. 또 콜라겐, 콘드로이친황산, 스쿠알렌, 알콕시글리세롤, 펩타이드 등 암이나 심장병, 당뇨병, 위장질환, 관절염, 피부병 예방과 치료에 효능있는 기능성 물질이 다량 함유된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한다.
특히 쇠고기와 비교해 비타민류의 함량은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쇠고기에는 없는 비타민B·D·E가 다량 함유돼 있고 판토텐산과 엽산 등 기능성 물질도 포함돼 있다.
돔배기 퓨전요리 개발에 힘쓰는 박용택 이노메뉴연구소장은 "돔배기하면 떠오르는 향토음식, 전통식품의 이미지를 하루속히 불식시키고 현대인들의 건강식품임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고급 식재료로서 격을 한층 더 높이는 마케팅 전략과 산업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재수기자 by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i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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