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8강전…박희성·김동섭 골 불구 2대3 석패
한국이 가나의 '뻥 축구'에 무너졌다.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잇따른 패스 미스로 인한 어이없는 실점으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4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한국은 9일 밤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8강전에서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2대3으로 석패,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의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예선 및 본선 조별리그, 16강전 등의 좋은 활약으로 기대됐던,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26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의 꿈이 아쉽게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조별 예선 1차전 상대 카메룬에 이어 가나에게도 져 아프리카 징크스도 깨지 못했다. 대표팀은 16강전에서 남미의 '난적' 파라과이를 3대0으로 완파하면서 자신 있게 4강 진출의 출사표를 던졌지만 U-20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준우승(1993년, 2001년) 을 차지했던 가나의 벽을 넘기에는 골 결정력에서 2% 부족했다.
한국은 경기 내내 수비 위주로 경기를 펼친 가나의 밀집 수비를 뚫는데 고전하다 잦은 수비 실책과 상대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 전후반 내내 끌려가야 했다. 전반적인 경기 내용은 좋았다. 한국은 가나의 두터운 수비에 맞서 정교하고 빠른 짧은 패스와 침착한 경기 운영,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가나의 인해전술에 막혀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진을 허물지 못해 계속 공을 돌리다 뺏겨 실점 위기를 맞는 아찔한 장면이 잇따라 연출됐다.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맞기도 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 등 문전 처리 미숙으로 무산되고, 골대를 맞거나 골대를 살짝 비켜가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반면 가나는 전원 수비에 가까운 '빗장 수비'를 하다 최전방 공격수에게 긴 패스 한 번으로 문전을 위협하는 전형적인 '뻥 축구'를 구사하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이었다. 한국은 이를 뻔히 알면서도 도미니크 아디야와 랜스포드 오세이 등 상대 공격수의 개인기와 빠른 발을 따라가지 못해 번번이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는 가나가 달아나면 곧바로 한국이 따라가는 양상을 띠었다. 가나는 전반 8분 아디야가 미끄러지면서 왼발로 침착하게 공을 밀어 넣어 선취골을 얻었고 전반 28분에도 왼쪽에서 문전으로 크로스된 공을 뛰어들어가던 오세이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넣어 순식간에 0대2가 됐다. 그러나 한국은 두 번째 실점 3분 뒤인 전반 31분에 박희성(고려대)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된 공을 머리로 받아넣어 가나를 한 점 차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돼 역전을 노렸지만 결정적인 패스 미스로 후반 33분 아디야에게 또다시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 37분 김동섭(도쿠시마)이 추격골을 터뜨리며 곧바로 따라붙었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특히 가나의 세 골 모두 한국의 패스 미스나 상대의 빠른 역습에 수비가 순간적으로 무너지면서 허용, 아쉬움이 더 컸다.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상대 선수의 기량이 뛰어났고, 우리 수비 조직력도 이전 경기보다 다소 부족했다"며 "결과는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만큼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우원식 "최상목, 마은혁 즉시 임명하라…국회 권한 침해 이유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