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노른자 곁들인 '모닝커피' 한때 유행
# 미군 주둔하면서 커피 보급…예술인들 시름 달래던 곳
우리 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세기 후반이라 할 수 있다. 구한말 청나라를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외국인들의 왕래가 늘어났고, 그런 가운데 외교사절이 들어오면서 커피를 마시는 풍속이 보급되었다. 서양 외교관들은 조선 왕실과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커피를 진상했고, 커피의 향과 카페인은 왕족과 대신들을 매혹시켰다. 그리하여 이내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해방이 되고나서부터다. 다시 말하면 6'25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그 가운데 값싼 인스턴트 커피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 커피는 수입 금지 품목이어서 유통되는 커피의 대부분이 부정 유출된 것이었다. 이때문에, 어렵사리 구한 커피 한 병은 귀한 선물이 되었다.
# 역전에 나룻배'시골'야담…동성로의 보림'맥심 등 유명
다방커피가 제자리를 잡은 것은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그때 그 시절 다방은 피란 내려온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시름을 달래던 곳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다방은 온종일 진을 치고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원고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 한잔은 그들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 시절 지역에는 이름난 다방이 숱하게 많았다. 그 가운데 역전에 나룻배'시골'야담, 북성로에 청포도'꽃자리'모나미, 향촌동에 백록'호수'살으리, 중앙로에 춘추'서라벌'상록'향수'성좌'돌체'모카'무랑루즈'몽파리'나포리, 아카데미극장 골목에 아담, 동성로에 보림'맥심'보리수, 공평동 시립도서관 맞은편에 백제, 서문로에 남양, 그리고 남산동 언덕배기에 있는 고려다방을 꼽을 수 있다.
다방커피의 특징은 진한 맛에 있다. 그 비결은 커피 한 스푼에 크림 두 스푼과 설탕 세 스푼이라는 비율에 있었다. 거기다 저마다 독특한 맛을 내는 비법이 또 있었다. 연초나 담배꽁초를 우려서 섞거나 계란 껍질 같은 것을 우려서 넣기도 했었다. 그 같은 비법을 가진 주방장을 데려다 놓고 커피 맛이 좋다고 소문을 내면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그뿐이랴. 이른바 '모닝 커피'라고 해서 아침나절에 커피를 시키면 계란 노른자위를 조그만 컵에 담아서 함께 내놓기도 했었다. 그렇게 한동안 다방커피가 전성기를 누렸다.
1970년대에 접어들자 커피가 숭늉 대신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그만큼 널리 보급되었다. 국내 최초로 동서식품이 인스턴트커피 생산에 성공했다. 커피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이어서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그것은 커피'크림'설탕을 소비자의 입맛에 맞도록 섞어서 낱개로 포장한 것을 말하는데, 그 비율은 다방 커피의 비율을 그대로 따랐다.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에 맞을뿐더러, 어디서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는 크게 성공했다. 1980년대로 이어지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 1970년대 믹스 생산 '전성기'…1990년대 원두커피 소비 늘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물결이 드세졌다. 그런 가운데 국민소득이 크게 향상되었고, 기호품에 대한 사람들의 입맛 또한 까다로워졌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급스런 커피를 찾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인스턴트커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원두커피의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렇게 다방커피의 인기가 가라앉자 전통 다방이 하나 둘 문을 닫는 가운데 커피 전문점이 바람을 일으켰다.
이제 커피는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여전히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에스프레소'카페라테'카푸치노'아메리카노 같은 고급스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마다 취향이 조금씩 다르지만, 맛과 향기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테면 블루마운틴커피는 초콜릿 향이 나면서 우아한 신맛이 특징이고, 자바커피는 풀 향기와 향신료의 냄새가 강하면서 쓴맛이 난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여전히 다방커피의 진한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마치 첫사랑에 대한 미련 같은 현상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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