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그리고 나]일본 교토

입력 2009-10-08 08:53:39

옛 문화 고스란히 간직 일본인들의 정신적 고향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오사카에서 북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곳에 자리한 교토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일본의 수도 동경이나 오사카의 화려함과는 다른 옛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조용하고 평온한 도시이다.

교토는 일본의 수도가 동경으로 정해지기 이전인 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도였던 곳답게 아직까지 일본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으며 전쟁의 상처가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 어디에서나 일본의 옛 모습과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일본에서 가장 일본다운 곳'으로 손꼽히며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정신적 고향인 곳이다.

교토는 천년 고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2천 개가 넘는 사찰과 신사가 있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곳으로 관광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도 지도를 보며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여행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교토 관광의 시작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도착하게 되는 교토역에서 시작된다.

최첨단 기술로 설계된 교토역은 한국의 대표역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역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규모나 시설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서 처음 교토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과연 이 곳이 천년 고도이자 가장 일본다운 곳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교토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만나게 되는 일본 정토신앙의 본거지인 니시혼간지와 히가시혼간지 그리고 1,20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 가장 높은 5층탑(56m)이 있는 도지를 만나는 순간부터 역사의 도시 교토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 세계문화유산 기요미즈데라

교토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교토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각종 관광 팸플릿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찰이 기요미즈데라이다.

세계문화유산과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명사찰인 기요미즈데라는 139개의 튼튼한 나무 기둥위에 세워진 특이한 건축 형태와 '황금의 물', '수명을 연장시키는 물'이라 불리며 신성시 되는 오토와 폭포가 있는 곳으로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노을 질 무렵이면 붉게 물든 천년 고도 교토를 감상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사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사람의 연을 맺어주는 신이 안치된 지슈진자로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으로 재미삼아 점을 쳐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

기요미즈데라 주변으로는 찻집, 식당, 기념품, 전통과자 등을 파는 상점들이 납작하게 깔린 돌길과 작고 아담한 일본 주택들 사이로 운치있게 늘어서 있어 일본 옛거리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며 쇼토쿠 태자가 꿈에 계시를 받아 오층탑을 쌓고 사리를 봉납한 호칸지, 호넨 대사가 포교의 거점으로 삼은 정토종의 총본산이자 일본에서 가장 큰 목조문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지온인,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사카모토 료마의 묘 등이 있어 천천히 산책을 하며 둘러보기에 좋다.

이 산책길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기온에 다다르게 된다.

기온은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관광지에 비해 한산한 편이나 잘 보존된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천년 고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풍기는 곳으로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기 좋은 곳이다.

기온의 낮은 한가로운 풍경이지만 밤이 되면 고급 주점들이 하나 둘씩 불을 밝히고 거리를 오가는 게이샤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킨카쿠지와 긴카쿠지

교토에는 여행자들이 혼동하기 쉬운 비슷한 이름을 가진 킨카쿠지(로쿠온지)와 긴카쿠지(지쇼지)가 있다.

두 군데 모두 교토를 대표하는 명소로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북서쪽에 자리한 로쿠온지가 좀 더 유명하다.

로쿠온지는 금각사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곳으로 일본 남북조 시대를 통일시킨 아시카가 가문의 3대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지은 별장을 훗날 개칭한 곳으로 금박이 입혀진 3층의 킨카쿠에는 석가모니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특히, 킨카쿠 앞의 연못에 금색으로 화려하게 비치는 모습은 일본 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로쿠온지와 비슷한 이름 때문에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는 지쇼지는 은각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금각사와 달리 은박이 입혀져 있진 않다) 로쿠온지와 비교하면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쇼지는 1482년 아시카가 바쿠후의 제8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지은 별장으로 규모는 작지만 긴카쿠 앞의 모래정원 한가운데 둥글게 쌓아올려져 있는 모래더미와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다.

# 벚꽃이 피는 봄 다양한 마츠리(축제)

일 년 내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교토이지만 가장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온 도시가 분홍색 물결로 덮히는 벚꽃이 피는 시즌으로 이 시기에는 일본 현지인들도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숙소를 구하기 어렵다.

벚꽃 개화 시기를 놓쳤다고 하더라도 교토는 전통의 도시답게 일 년 내내 다양한 마츠리가 열리므로 다양한 볼거리와 '축제의 나라' 일본을 경험 할 수 있다.

교토에서 열리는 다양한 마츠리 중 '아오이 마츠리, '기온 마츠리', '지다이 마츠리'가 교토의 3대 마츠리로 꼽히며 이 중 가장 유명한 마츠리는 무더운 여름에 열리는 기온 마츠리이다.

기온 마츠리는 7월 한 달 동안 열리며 절정에 이르는 17일에는 창과 활을 꽂은 야마보코라고 불리는 등불을 밝힌 32대의 화려한 수레가 행진을 하며 거리에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통 복장을 한 수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5월 15일 산록이 우거진 봄에 열리는 아오이 마츠리는 황실에서 신사에 참배하러 가는 모습을 재현하는 축제로 카미카모 신사 일대에서 열리며 '미코시'라 불리는 교토에서 선발된 아가씨를 태운 대형 가마가 행진 할 때 절정을 이룬다.

가을에 열리는 지다이 마츠리는 교토가 수도로 천거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로 축제일에는 옛 복장을 한 수 천 명의 인파가 거리로 몰려 나와 축제를 즐긴다.

교토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으로 일본의 전통 문화와 정취를 느껴 볼 수 있어 동경이나 오사카와는 또 다른 멋을 간직한 여행지이다.

김종욱(해외여행가)

Tip- 오사카 국제공항 내린 후 버스'전철 이용

간사이 스루 패스 한 장이면 교통비 고민 끝

교토에는 국제공항이 없기 때문에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린 후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교토로 들어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일본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살인적인 교통비이다. 하지만, 외국인 방문객들을 위해 각 지역에 따라 저렴한 요금으로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 할 수 있는 교통 패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교토가 위치해 있는 간사이 지방에는 간사이 스루 패스가 판매되고 있어 교통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간사이 스루 패스를 구매하면 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히메지 등 간사이 전 지방의 모든 지하철, 버스, 전철(JR은 제외)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 가능하며 다양한 관광지에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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