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글로벌 지식경제자유도시의 시민상

입력 2009-10-07 07:17:20

대구시는 교육'문화 도시로서의 기반을 토대로 지식산업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대구시 웹사이트에 제시된 바와 같이 이른바 '글로벌 지식경제자유 도시'가 궁극적인 비전이다. 그런데 세계를 향해 열린 도시,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 지식산업의 세계적 모델 도시, 특히 의료산업과 교육산업이 꽃피는 도시가 되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고 글로벌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며, 친환경 성장을 지향하는 등 여러 가지 물리적 투자를 통해 필요한 것들을 확보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투자 못지않게 시민의식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며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식경제자유 도시로서 역동적 성장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외국기업이 투자입지를 선정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의 하나는 해당 도시의 정주환경이다. 대구시는 이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대구시의 인구 규모 대비 외국인 방문객과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어서 외국인 친화적인 거주환경이 성숙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의 생활환경을 보다 외국인 친화적으로 개선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대구 거주 외국인들이 현재의 생활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들의 구체적인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어떤 개선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이다. 필자는 최근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생활 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대구시 의뢰로 이루어진 이 설문조사의 분석결과를 모두 거론하기엔 지면이 부족하지만 몇 가지 시민의식과 관련된 응답들은 흥미로웠고 대구시의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시민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 보였다.

우선 전체적으로 대구의 생활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병'의원의 의료서비스와 대중교통 환경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반면 레저 및 문화 활동 기회의 제약, 언어장벽, 비자 및 출입국 서비스, 자녀 교육환경, 배타적인 문화 등은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들 중 다수는 개선을 위해 하드웨어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시민의식과 관련된 애로사항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므로 몇 가지를 거론해보자.

대구시민의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항에 대해 응답자의 53.2%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30.6%는 보통, 16.1%는 불만족 또는 아주 불만족인 것으로 답했다. 외국인을 대하는 대구시민의 태도에 대해 불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요약하면 외국인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웃으며 쳐다보는 등 다른 한국 사람들과 다르게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불편함이나 모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접한 경우도 많다는 응답이 문제였다. 초'중학교에서 예절교육을 통해 나와 다른 모습의 남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응답자도 여럿 있었다. 어린 자녀가 다가와서 신체의 일부를 만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원하지 않는 장소나 시간임에도 말을 걸도록 시키거나 묵인하는 부모의 태도는 분노를 자아낸다고 언급한 응답자도 있었다.

차별의 경우 서비스와 응대에 있어 노골적인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그들이 느끼는 차별의 강도는 매우 커보였다. 은행 신용카드 발급과 휴대폰 서비스와 관련된 차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친절한 서비스, 일부 매장의 외국인에 대한 거부 또는 차별적 서비스 등이 많이 거론됐다. 물론 언어 장벽에 따른 의사소통 부족으로 오해와 혼란을 겪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험악한 운전문화,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미준수, 불법주차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는 주관식 응답은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였다.

시는 역점사업의 하나로 선진 시민 문화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시민 역량 결집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시민의 1인당 준법의식, 1인당 에티켓, 더 나아가 1인당 외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투자는 장차 1인당 시민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투자다. 이병완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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