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영향력 상황따라 제각각…실력 겸비하라
내신성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학입시에서 상위권 주요 대학이 내신 비중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선 내신을 중심으로 하는 수시모집 확대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정시에서의 내신 비중도 만만찮다. 게다가 최근 고교 입시 열기가 높아지면서 중학교 내신을 잘 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내신에 대한 관심은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학생들은 겉으로 드러난 반영 방법과 비율만 쳐다보고 덤벼들다가 예상 못한 손해를 보기 쉽다.
◆어떻게 계산하나
내신성적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교과 성적을 말한다. 학생부에는 교과 성적 외에 비교과 영역이 있다. 성적을 제외한 출결사항, 봉사활동, 수상실적, 자격증, 임원 경력, 특별활동내역, 행동발달사항 등이 포함된다. 대입이나 고입에서 비교과 영역이 일부 활용되기도 하지만 범위는 크지 않다.
학생부 교과 영역은 초·중·고교에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과목에 따라 평가한 이수 결과, 즉 성적을 말한다. 과목별 성적은 학기마다 치러지는 중간·기말고사에 수행평가 점수를 더해 학기별로 계산된다. 학생부에는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점수, 표준편차, 석차등급이 표시된다. 석차등급은 1등급의 경우 상위 4%, 2등급은 4(초과)~11%, 3등급은 11~23%, 4등급은 23~40% 등으로 구분된다. 단위수(해당 학기 동안 일주일에 듣는 수업시간 수)에 따라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주요 과목의 비중이 크다. 이렇게 중·고교 각 3년에 걸쳐 6번의 성적을 받게 된다.
대입에서 대부분 대학들은 석차 등급을 반영한다. 하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원점수와 평균점수, 표준편차를 활용한다. 고교에 따라 수준 차이가 나고, 시험 때마다 과목별 난이도가 제각각이라 평균이 다르고, 학생들의 편차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석차등급으로 판별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는 이유다.
이렇게 계산하면 같은 1등급이라도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내신을 계산하고 반영하는지 살피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세부적인 내신 산출 방법은 대학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대학별 유형을 파악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유형을 찾아야 한다.
고교 입시의 경우 석차백분율을 반영하는 고교가 대다수다. 석차백분율 역시 과목별로 중간·기말고사에 수행평가 점수를 더해 학기별 석차를 계산, 6학기(또는 5학기)를 합산한다.
◆영향력은 어느 정도
대입에서 내신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위권 대학과 중하위권 대학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상위권 대학들은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등의 고교 출신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내신 비중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2009학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대학들이 반영한 학생부 등급 간 점수 차이는 극히 미미했다.
고려대의 경우 평균 1등급이 27점이고 9등급은 0점이지만 1-2등급 차이는 0.1점, 2-3등급과 3-4등급 0.2점, 4-5등급 0.3점 등으로 둬 1등급과 5등급의 차이를 0.8점으로 만들었다. 대신 지원자가 거의 없는 6-7등급 차이를 2점, 7-8등급 8점, 8-9등급 15.8점으로 벌렸다. 연세대도 1등급 100점에서 5등급까지는 0.25점 차이를 둬 1-5등급 차이가 1점인 반면 그 아래에선 1~5점 차이로 벌렸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경향은 2010학년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내신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시모집은 내신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시모집 역시 내신반영비율이 30~60%인 대학이 121개나 돼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고교 입시에서는 일반계고 및 전문계고와 여타 고교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일반계고와 전문계고는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는데 교과 성적이 80% 안팎이어서 절대적이다. 반면 특목고와 자사고 등은 내신 비교과영역, 제출 서류 등의 비중이 크고 심층면접이나 학업적성검사는 당락을 좌우할 정도여서 내신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진다. 고교에 따라서는 내신 1% 차이가 학업적성검사 1점 차이 정도여서 내신에서 3, 4점 앞섰던 학생이 학업적성검사 2, 3문제를 더 틀려 떨어지는 경우가 적잖이 나온다.
◆내신이냐 실력이냐
고입이나 대입에서 내신의 외형 반영 비율이 50% 안팎인 점 때문에 내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학생, 학부모가 적잖다. 올해 일부 지역에서는 내신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중학교에 지원자가 몰렸고, 위장전입까지 하며 내부 경쟁이 약한 학교에 입학하는 사례도 상당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신은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내신을 잘 받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얘기다.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는 대개 내부 경쟁이 약하거나 전체적인 학생 수준이 떨어지는 곳이다. 내신은 잘 받을 수는 있겠지만 학교 수업이나 내부 경쟁을 통해 높은 실력을 쌓기는 어렵다. 반면 내신을 잘 받기 어려운 학교는 경쟁을 통해 그만큼 실력을 더 쌓을 기회가 주어진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학생, 학부모의 선택에 달렸다.
대입의 경우 대학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내신보다 수능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수시모집 인원이 60%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중복합격, 최저학력기준 미달 등으로 정시에 이월되는 인원이 많아 실제 모집인원은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상위권 대학의 내신 약화, 논술고사 실시 대학 감소, 정시모집 수능 100% 반영 대학 증가 등은 수능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내신보다 수능에서 고득점하는 실력을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입 역시 내신에만 몰두하다가 심층면접이나 학업적성검사에서 고득점할 실력을 쌓는 기회와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내신과 실력을 겸비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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