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8일간의 달콤한 국경절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8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시작은 국경절인 1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광장과 창안제(長安街) 일대에서 거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부터였다.
이 군사 퍼레이드는 추석연휴 귀향길에 잔뜩 이목이 쏠린 우리 국민들로부터는 외면을 받았지만 전 중국 인민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이 '중국경제의 부활'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무대였다면 이번 60주년 퍼레이드는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부활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자리였다.
이날 중국은 기념 퍼레이드를 3시간 동안 CCTV를 통해 전 중국에 생중계했고 중국인민들은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치라이 치라이…"(起來 起來 일어나라 일어나라…)라는 중국국가를 함께 부르며 중화민족의 부활을 기뻐했다.
군인과 민간인 등 20여만명이 참여한 군사 퍼레이드는 100여대의 최신예 전투기들이 30m 간격으로 열을 지어 비행하면서 절정에 올랐고 중국이 자체 개발한 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과 공중급유기 훙유(宏油)-6 등 52종의 최신 무기, 뚱펑(東風)-31A 전략핵미사일, 둥펑-21C 미사일 등의 최신예 미사일도 공개됐다.
CCTV를 통해 잠깐 본 퍼레이드는 대단했다.
인민복 차림을 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뚱즈먼 신쿠러!"(동지들 수고했어요!)라고 외치며 1시간 동안 중국인민해방군을 사열했다. 중국산 무개차를 타고 열병을 받는 후 주석의 표정은 결연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가 주석직에 오른 후 중국은 WTO에 가입, 세계 5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고 군사대국의 길로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달러화 대신 인민폐로 기축통화를 바꾸겠다는 야심 찬 시도도 거리낌없이 추진한다. 세계 주가는 이제 뉴욕보다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증권 시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후 주석은 기념사를 통해 "사회주의 중국은 현대화를 위한 태세를 갖췄으며, 세상의 동방에 장엄하게 우뚝 섰다"며 '중국의 부흥'을 대내외에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확신한다"며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 위대한 중국공산당, 위대한 중국인민 만세"라는 만세삼창을 끝으로 연설을 마쳤다.
서방언론들은 이날 중국이 보여 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는 강대국 간의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 지도부가 서방 언론이 제기하는 이 같은 점을 의식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군사대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나선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즉 이날의 퍼레이드가 대외용이 아니라 내부 단속과 단결을 위한 대내용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날 56문의 대포가 60발의 예포를 쏘고, 56개 부대가 열병식에 참여한 사실은 55개 소수민족과 한족 등 중국 내 56개 민족 간의 단합을 강조하기 위한 배려였다. 신장 위구르지역의 유혈사태 등 소수민족 문제와 반부패 및 빈부격차 해소 문제는 중국이 처한 최대 현안이다. 중국 건국 60주년 퍼레이드가 담고 있는 의미는 이외에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 10년보다 더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중국에 집착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자 직접 공항까지 나가 영접한 김정일 위원장의 처신이 오히려 돋보인다.
서명수 정경부 차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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