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공연장 벗어나 시민과 생활속에서 접촉
지난달 30일 오후 8시 30분 대구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감미로운 색소폰 멜로디가 흐른다. 색소폰 동호회 '아멜모'(아름다운 멜로디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의 번개(비정기 모임) 시간. 황금빛 색소폰을 입에 문 회원 4명의 연주가 시작되자 산책 나온 시민들이 하나둘 임시 무대 앞으로 몰려든다. 이경희 대표는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는 재미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서늘한 가을밤 정취에 연주를 즐기던 관객들은 "라디오를 듣는 듯 편안한 느낌"이라고 미소지었다.
이날 낮 12시 30분 국채보상공원에선 '런치타임 콘서트'가 한창이다. 대구시립예술단 소속 솔로 기악 연주자들이 클래식 선율을 선사한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한다. 런치타임 콘서트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도심 속 작은 음악회.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성악·중창·기악 연주 모임이 열려 일상에 찌든 때를 씻어준다.
길거리 예술 전성시대다. 도심과 공원 등 대구 시내 거리 곳곳에서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나래를 펴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마추어 거리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2008 컬러풀대구 페스티벌(시민예술가 시대-신천에서 예술과 놀자)은 10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을 불러모았고, 9~11일 2009 페스티벌에서도 80여 공연 단체가 시민과 한데 어울린다.
대구시가 추정하는 각종 아마추어 공연 단체와 동호회, 모임 등은 1만여개로, 올 한 해 공원, 동성로, 지하철역 등 대구 시내 주요 거리 무대에서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인 공연만 500여회에 이른다. 대구 거리 예술 중심지는 단연 공원이다. 5~10월 국채보상공원, 경상감영공원, 2·28 기념공원, 두류공원 등에서 열리는 거리음악회와 런치타임 콘서트만 300여회.
중구 동성로 역시 관객이 보장되는 인기 예술 공간이다. 다양한 공연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소양을 높여주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중앙파출소에서 대구백화점 분수대 앞 광장까지 진행되는 아트바이크 퍼레이드는 동성로의 새 명물이 됐다. 아트바이크는 거리공연, 퍼레이드, 퍼포먼스 용도에 맞춰 대구 YMCA 희망자전거 제작소가 특별 디자인한 것. 생명나무, 고니, 오방색물고기, 산호초 등으로 이름지은 15개 대표 작품 퍼레이드는 올 3월 '자전거로 디자인하는 행복한 동성로'로 기획돼 국토해양부 국비 지원(1억원) 사업에 선정됐다.
대구YMCA 청소년팀 김영일 간사는 "유럽의 도심은 일상적 문화예술 행위 공간"이라며 "상업공간이면서 대구의 랜드마크가 돼야 하는 동성로는 앞으로 지역 거리 예술 무대를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스타디움 야외무대와 지하철 중앙로역 DTRO광장·반월당역 메트로센터 또한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 대구의 관문 동대구역 광장에서도 매주 금요일 저녁 세미클래식, 가요, 성악 공연이 열리고 있다. 대구스타디움 야외무대 공연 담당 권오충 주임은 "2006년 공연 첫해에는 9개팀이 지원해 팀별 4, 5회씩 공연했다"며 "그러나 35개팀이 지원한 올해엔 팀별 1회 공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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