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이제 성장 잠재력 확충이다

입력 2009-10-05 08:35:37

올해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세수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기업들은 새해 사업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 개인들 역시 내년 살림살이를 가늠해 보는 데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 나오는 2010년 경기 전망은 작년 이맘때 제시했던 2009년 전망보다는 훨씬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대내외 경제위기 상황이 점차 약화되면서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 모두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2.5%에서 3.1%로 높인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였다. 세계 경기 회복과 더불어 한국 경제도 내년에는 4% 내외의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기 변동폭이 큰 점을 감안하여 5%대 이상의 성장률을 예상하는 외국 기관들도 눈에 띈다.

국내 경제가 일단 회복 기조로 돌아서는 것은 너무나 반갑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심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 형태다.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수요와 공급이 축소되어 경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성장의 기준점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우선 올해 -1% 성장을 하고 내년에 4%로 성장률이 올라간다 해도 두 해 평균으로는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또한 하락한 기준점을 토대로 이전과 같은 성장률을 이어간다고 해도 한국 경제의 성장 궤도는 종전에 비해 한 단계 낮아지는 게 된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도 우리 경제에는 이 같은 축소 균형의 상흔을 남겼다. 전 산업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경제가 정상 상태로 돌아왔지만, 이후로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고용 부진이라는 고질적인 후유증을 얻은 것이다. 이번에 또다시 성장 궤도가 추락한다면 한국 경제의 고질병은 더욱 악화될 게 틀림없다.

한국 경제의 성장 추세를 이전 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성장 잠재력은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경제에 투입되는 자본과 노동력이 줄어들고 기술력 향상이 미흡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정치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이 크게 낮아 투여된 자원의 생산성도 한국 경제는 저조하다. 쓸데없는 정부 규제가 여전히 많고 계층 간 정파 간 갈등과 대립이 우리 사회에 너무 과도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 구조의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의 성장 잠재 능력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고용 회복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경제 확장 능력이 약화되면 편중된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양적으로 확대하는 일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 확충이 바로 내년에 한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설비투자는 정체 상태에 빠져 실질 규모 측면으로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설비투자 증가를 위해 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수많은 포괄적 정책들을 동원했지만 아직 성과가 미흡하다. 이제는 국내외 투자 사업 단위별로 장애 요인을 제거해 주는 현장 밀착형 세부적 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수요 위축 등으로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게 뻔하다.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도 크게 늘려야 한다. 고용 확대와 경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성장 잠재력 확충 전략에서 빠져서는 안 될 분야가 내수 산업 육성이다. 이전과 같은 단순 건설 경기 부양이 아니라 외국인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국내 관광, 의료, 교육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 지역의 농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성장의 물적 기반을 확충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가 지닌 각종 자원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사회 자본도 축적해야 한다. 정치·행정 개혁을 통해 사회 통합을 진전시키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를 위한 가장 바르고 빠른 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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