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을 잃어가는 그의 살은 쭈글쭈글한 주름이 되어 처졌다. 몸에 있는 뼈라는 뼈는 남김없이 드러났다. 20세의 청년이었지만 기력이 쇠한 노파처럼 몸을 질질 끌며 가까스로 움직였다."
대장정을 마친 마오쩌둥과 홍군을 인터뷰해 서방세계에 처음 알린 것으로 유명한 에드가 스노우는 그의 책 '중국의 붉은 별'에서 대기근이 휩쓴 1929년의 중국 서북 지역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3년째 계속된 한발로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추정치를 소개하면서 아사자를 600만 명까지로 잡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스노우가 받은 진짜 충격은 촌락마다 겹겹이 쌓여있는 시체들에서가 아니었다. 이런 마을들 대부분에서 부자와 상인들이 무장 병력의 호위 아래 식량 매점매석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고, 도시에선 관리들이 곡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기녀와 어우러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80년, 중국은 지독한 봉건사회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신중국으로 거듭났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제2의 수출대국, 제1의 외환보유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선두가 될 것이란 전망은 2040년이다, 아니 2020년이면 가능하다며 그 시기를 놓고 논란을 벌일 정도다. 'Red Star over China'가 'Red Star over the World'를 꿈꾸는 양상이다.
국민들 삶도 나아졌다. 1952년 48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소득은 작년 3천300달러로 68배나 커졌다. 공산혁명과 문화대혁명에 몰두했던 사람들은 이제 돈을 벌어 잘사는 데에 빠져 있다.
이는 중국 사회의 유행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이치에 썅 치엔칸'(一切向錢看)은 정부의 개혁개방 정책에 맞춰 앞만 보고 나아가자(一切向前看)는 구호에서 앞(前)을 돈(錢)으로 바꾼 것으로 10년 전 유행어였다. 지금 중국 사람들 삶의 구호는 '쩡치엔 쭈안치엔', 즉 뺏고 속여서라도 돈을 벌고 그러모으자이다. 유난히 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중국인이었지만 개혁개방 이후 여느 자본주의국가 못지않게 자본적이 된 것이다.
1일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이 '용의 승천'을 선언했다. 하지만 세계는 중국의 그늘에도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노우가 목도했던 엄청난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가 신중국에서 다시금 생겨나고 커져 나가는 것을 중국이 어떻게 대처할지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상훈 북부지역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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