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유전자분석실'
신토불이 농축산물의 친자를 확인하는 곳이 있다. 수입산 가짜 농축산물을 어김없이 가려내는 곳이다.
30일 대구 북구 칠곡3지구에 자리 잡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의 유전자 분석실을 찾았다. 입구에 '이 구역 출입은 인가자에 한함'이란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지난해 7월 쇠고기 파동 이후 들어선 유전자 분석실을 민간에 공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유전자 분석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직원이라도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두꺼운 창문 너머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파란색 마스크를 썼고, 손에는 수술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유전자 추출기로 유전자를 뽑아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피펫(스포이트)을 한번 누를 때마다 1㎎의 시료가 24개의 튜브에 떨어진다. 추출된 유전자는 시료균분기를 거쳐 증폭된다. 필요한 유전자만 끄집어내 정밀 감별한다. 정육점 전자저울처럼 생긴 시료균분기는 대당 1천800만원이나 하는 고가 장비. 지난해 2대를 늘려 총 4대가 됐다.
증폭된 유전자는 사진자료분석기로 이동한다. 분석기는 연방 사진을 뱉어낸다. 즉석 사진 크기의 분석 사진 수십장이 찍혀 나온다. 하나같이 검은색 배경에 흰 점선이 수십줄씩 나 있다.
"점선마다 고유 유전자의 특징이 담겨 있죠. 전문가가 보면 한번에 친자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정화(40·여) 조사원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쌀 등 국산으로 속여 파는 수입산 농축산물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이곳 3명의 조사원들은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석 물량이 평소보다 3배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황향란(28·여) 조사원은 "쇠고기 유전자 분석은 한 건에 2, 3일이 소요되고 쌀은 이틀이 걸린다"며 "하루 10건 이상 유전자 분석 물량이 밀려들다 보니 오후 11시 이전에 퇴근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업무량이 부쩍 늘었지만 하루하루가 보람차다. 음식 보안의 수문장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농관원은 "이달 중순부터 '추석대비 원산지표시 일제 단속'을 벌여 원산지 허위표시 36건, 미표시 37건을 적발했다"며 "조사원들이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원산지를 속여 파는 업자 대부분이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지만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과학적 유전자 감식 결과를 들이대면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수법도 부처님 손 안이다.
조경연(50) 조사분석과 담당은 "농축산물 유전자마다 고유 색깔이 있다. 첨단 유전자 분석을 통해 금세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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