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급한 건 선발 투수진 육성"

입력 2009-09-30 09:00:12

29일 경산 볼파크에는 활기가 돌았다. 선수들은 이리저리 뛰며 훈련에 여념이 없다. 한창 수비 연습 중이던 투수들 중에는 낯선 얼굴들도 많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라 그럴 겁니다. 훈련 분위기가 꼭 시즌 개막 직전 같네요." 지나가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가 귀띔한다. 이날 삼성은 선동열 감독의 5년 재계약을 공식 확정하고 훈련을 시작, 새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내년 시즌 개막 전까지 선 감독이 씨름할, 가장 큰 화두는 '선발 투수진 강화'다. 이를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외부 수혈. 구단이 힘을 보태겠다곤 하지만 다른 팀에서 좋은 투수를 쉽게 내줄 리 없다. 그 때문에 선 감독의 구상도 '영입'보다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0월 18일부터 40여일 동안 일본 오키나와에서 장기간 마무리 훈련을 갖는 것도 선발감을 키우기 위해서다.

일단 올 시즌 선발을 맡은 브랜든 나이트, 프란시스코 크루세타는 내년에도 함께한다. 하지만 크루세타의 경우 성실하고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제구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점이 문제. 선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 크루세타를 데려가 그를 좀 더 다듬을 작정이다. "외국인 선수를 마무리 훈련에 데려가는 것은 우리가 처음인 것 같네요. 제구, 수비 등 단점을 집중 보완시킬 겁니다."

나이트와 윤성환 외에 선 감독이 염두에 둔 선발 후보는 안지만, 차우찬, 박민규, 박성훈 정도. 그러나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재활 중인 배영수를 비롯해 아직 보직을 정하긴 이르죠. 일단 전체 기량을 올리는 데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선 감독은 이번에 신인 1, 2, 5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임진우, 김현우, 김재우도 가능성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타선은 어떨까. 우동균과 이지영이 군 복무를 위해 떠나고 강명구 등이 제대하는 정도의 변화에 그칠 전망이다. 선 감독은 "현재로선 FA가 되는 박한이 외에는 타자 보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젊은 타자들이 잘 해나가고 있는데 외부에서 수혈할 경우 포지션이 겹쳐 그들에게 주어질 기회가 줄어드는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휘봉을 잡은 5년 동안 선 감독은 우승 두 차례를 포함해 네 번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지만 올 시즌에는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구단은 선 감독에게 다시 5년간 미래를 맡겼다. " 임기 마지막 해에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 달성에 실패, 죄송하다. 다시 시작해 1, 2년 안에는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작정"이라는 것이 이날 선 감독이 밝힌 포부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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