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G20 정상회의와 한국의 위상

입력 2009-09-30 07:32:21

지난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제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국제 회의에서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내년 7월 캐나다 정상회의에서 공동의장국의 역할을 수행하게 됨과 아울러, 내년 11월 제5차 회의장소로 우리나라가 결정된 점 등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국제경제협의의 장은 주로 G7, 또는 러시아를 포함한 G8 서방 선진국가들이 독차지하였으며 우리나라는 소외되어 왔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그동안 G8 회의를 대체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G20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을 보면, 기존의 선진국들만의 협의로는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발생한 금융위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국제경제 불균형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경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무역 흑자국들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이슈는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융규제 체제 개선 문제, 기후문제 등이 거론되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된 것은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제불균형 문제일 것이다.

좁게는 중국의 무역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 넓게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국과 무역흑자국의 문제로 일컬어지는 국제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금융위기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2001년에 GDP의 1.3%에 불과하였던 중국의 무역흑자가 2008년에는 10%에 달하고 대미흑자만 2천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중국이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화를 저축하고 이를 미국 금융부문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과잉소비 및 부동산 등 자산 가격 버블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중국의 고환율정책과 수출지향적 경제구조를 문제삼고, 중국은 미국의 지나친 과소비를 비난하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버블 붕괴 후 낮은 소비로 인해 경기회복이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무역흑자국 특히 중국의 내수 확대를 촉구하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내수확대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지난 5월에 무역흑자국인 중국 및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내수 주도형으로 바뀌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내수확대와 함께 불균형 해소를 위한 뜨거운 감자인 환율문제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향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의 고환율정책은 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나, 한편으로는 국제 무역불균형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과 중국의 내수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저평가를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중개자 입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부담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무역흑자국으로서 선진국의 내수확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든지 원화 환율 움직임에서도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는 최근의 금융위기에서 취약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고용 확대를 위해서도 내수 확충은 필요하다. 그러나 수출지향적 경제구조를 그렇게 쉽게 바꾸기는 힘들다. 원화 환율문제에서도 대외경쟁력을 고려한다면, 과도한 평가절상을 용인하기는 힘들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이 커진 만큼 이밖에 기후협상 등에서 다양한 국제적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회가 총체적인 국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향후 만반의 준비와 슬기로운 협상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최윤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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