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낙선재의 마지막 여인

입력 2009-09-30 07:50:03

오타베 유지 지음/황경성 옮김/동아일보사 펴냄

#낙선재의 마지막 여인/오타베 유지 지음/황경성 옮김/동아일보사 펴냄

책의 부제는 '조선의 황태자비 이방자 평전'이다. 조선의 황태자는 영친왕 이은을 뜻한다. 고종의 일곱째 아들이며, 순종의 이복동생이다. 낙선재(樂善齋)는 1847년에 지어진 창덕궁의 건물. 고종과 순종도 내전 대신 이곳에서 지낸 바 있으며,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와 1963년 고국으로 돌아온 영친왕과 부인 이방자 여사가 각각 1970년과 1989년에 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1907년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은 유학을 명목으로 당시 통감으로 부임했던 이토 히로부미의 손에 끌려 일본으로 온다. 그곳에서 나시모토미야 마사코, 즉 이방자와 한일 융화의 상징이 된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이방자의 아버지는 황족의 한 사람이었고, 이방자의 사촌 구니노미야 나가코는 1918년 히로히토 황태자(훗날 쇼와 일왕)의 비로 내정된다. 일본 패전 뒤 특권도 상실하고 재산도 거의 없어서 생활의 곤란까지 겪게 된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해방된 뒤에도 조국은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1963년이 되어서야 박정희 대통령이 그들의 귀국을 허락하고, 병으로 의식이 흐려진 남편 이은과 함께 이방자 여사는 한국에 오게 된다. 반겨주는 사람 없는 한국 땅에서 이방자 여사는 장애인복지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한국 사회가 조금이라도 밝고, 불행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구원받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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