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젊은이가 말하는 영 제국(英 帝國)의 실체
#닐 퍼거슨 지음/김종원 옮김, 『제국』(민음사, 2006)
『제국(Empire)』은 2005년에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선정한 '이 시대 최고의 지성 100인'에 뽑힌 젊은 학자 닐 퍼거슨(Niall Ferguson)의 저작입니다. 글머리에서 그는 영국을 해적질에서 출발한 국가라고 단언하였습니다. 그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이었던 영제국, 전 세계 영토와 인구의 25%를 통치하였으며, 모든 대양을 지배하였던 영제국,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불과 50년 사이에 지배 면적을 25%나 증가시킬 정도로 강성하였고, 약 4억4천400만명의 인구를 지배하였던 영제국을 해적 국가라고 말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입니다. 그는 1964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출생하였습니다. 1985년 옥스퍼드 대학교 모들린 칼리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198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크라이스트 칼리지 연구 교수가 되었습니다. 1992년 옥스퍼드 대학교 지저스 칼리지에서 근대사 강의를 맡았고, 2000년 옥스퍼드 대학교 정치사 및 금융사 교수를 지냈습니다. 2002년에는 뉴욕주립대학 경영대학원 금융사 교수를 지냈고, 2005년부터 하버드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분획할 대작들도 저술하였습니다. 『현금의 지배』, 『종이와 쇠』, 『실제의 역사』, 『전쟁의 연민』, 『거인』, 『세계의 전쟁』등입니다. 지금도 『타임』의 정기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의 글쟁이이기도 합니다.
원래 본서 『제국』은 영국에서 출간한 『제국: 영국은 어떻게 근대세계를 만들었는가(Empire: How Britain Made the Modern World)를 옮긴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책이 『제국: 영국적 세계 질서의 흥망과 강대국을 위한 교훈(Empire: The Rise and Demise of the British World Order and the Lessons for Global Power)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서는 보는 이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영국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반면교사의 지침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 밖에 다른 많은 국가들에서는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각각 다른 의도에서 각각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도 남을 만큼 내용이 알차고 풍부하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닐 퍼거슨의 『제국』은 재미있습니다. 연대기 순으로 적은 교과서 같은 역사책이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사진과 지도, 도표들을 활용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켰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인 책들과 달리 주인공이 끊임없이 변합니다. 식민지 통치자가 된 해적, 개심한 노예 상인, 아프리카를 탐험한 선교사, 인도에서 돈을 번 관리, 여성적인 기호를 지닌 전쟁 영웅, 제국에 열정을 보인 백만장자, 노예, 식민지 인도인 등 모두가 주인공이 됩니다. 그리고 이들을 매개하는 담배나 차 같은 기호 식품과 스포츠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영국사에 내재된 통치 노하우도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이 어떤 나라를 통치할 때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유포하는 것들을 적었습니다. 영어, 잉글랜드 형태의 토지 보유권,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은행업, 보통법, 프로테스탄티즘, 단체 운동경기, 제한국가 또는 야경국가, 대의제, 자유의 이념 등입니다. 이것은 영국의 독특한 통치방법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보편적 국가들의 통치에 필요한 기본전제들을 적시한 것입니다. 바로 언어, 토지제도, 금융, 질서, 이데올로기, 국민통합기제, 정부 형태, 민주주의제도 등을 말한 것입니다. 저자는 '영국적 세계화'과정을 상품시장, 노동시장, 문화, 정부, 자본시장, 전쟁으로 주제들을 구분하고, 해적들, 경작자들(대농장주들), 선교사들, 관리들, 은행가들, 파산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영제국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과 영 제국의 기여에 대한 우월감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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