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우편집중국' 추석 대목 분류작업 분주
충혈된 두 눈이 침침하다. 깨알같이 쓴 소포 주소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다리마저 후들거린다. 찬 가을 밤공기도 흐르는 땀방울은 막지 못한다. 목에 걸친 수건에 연방 손이 간다. 한가득 소포를 실은 400㎏ 무게의 팔레트(소포 우편물을 담아 옮기는 대차)를 끄는 것이 힘에 부친다. 15개 도착장에는 뒷문을 열어젖힌 5t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주차장에도 라이트를 켠 채 하역 작업을 기다리는 차량으로 만원이다.
28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대구우편집중국은 밤을 잊고 있었다. 어둠을 찢는 조명 아래 직원 288명이 전국으로 보내질 소포 분류 작업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이곳에선 우편물과 소포가 각종 구분기를 통해 분류되고, 최종적으로 배분되는 과정을 거친다. 지난주부터 아르바이트 인력 122명, 사무직 41명, 편지작업부서 인력 41명 등 평상시 작업자(111명)의 배가 넘는 288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밀려드는 소포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직원 모두가 이때만큼은 '철인'이 돼야 한다. 평일 소포의 배 이상(10만개)이 끝도 없이 밀려든다.
우편집중국에 따르면 전년도 추석 기간(80만8천개)에 비해 올해는 88만9천개 소포가 접수돼 10%가량 물량이 늘었다. 명절 연휴가 주말과 겹쳐 3일밖에 쉴 수 없기 때문에 택배로 추석 선물을 보내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는 까닭이다. 28, 29일 택배 물량은 사상 최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순환 지원과장은 "이번 추석은 10월 초 농산물 생산 시기와 추석 기간이 겹쳤고 추석 연휴도 짧아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 일은 태산이지만 직원들은 '이번 한가위만 같았으면…'이라고 입을 모은다. 추석 명절 선물을 보면 올해 실물 경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환인(49) 소포계 담당자는 "지난 추석에는 단돈 몇 만원짜리 과일 선물이 주를 이뤘는데 올해엔 소갈비, 냉동식품 등 값나가는 소포 상자가 많이 보인다"며 "경기가 그만큼 살아난 것 같아 내심 즐겁다"고 말했다.
'공공의 적'을 만날 때는 정성이 더 간다. 집중국에선 우편번호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소포는 애물단지다. 분류기를 통하지 못하고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소포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법은 없다.
오일태(50) 업무과장은 "매년 명절 때마다 엄청난 물량의 소포 때문에 직원 모두가 녹초가 되기 일쑤"라며 "그러나 우리의 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훈훈한 한가위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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