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페라 '원이 엄마' 내달 9일 안동서 초연
400여년 전 안동을 배경으로, 한 젊은 부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창작 오페라 '원이 엄마'가 다음 달 관객들을 찾아간다. '원이 엄마'는 2009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창작지원작 전국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으로, 10월 9, 10일 안동대 솔뫼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초연한다. 대구에서는 오페라 축제기간 중인 10월 23,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선을 보인다.
◆제작 기간 6년, 기대되는 역작
'원이 엄마'는 1998년 경북 안동의 한 무덤에서 발굴된 미라(남편·고성 이씨)와 죽은 이의 아내가 쓴 편지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 오페라다. '원이 아버지께'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편지글은 일종의 만시(輓詩: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시)로, 남편을 잃은 절절한 심정을 담아 큰 감동을 전했다. 이번에 오페라로 탄생한 '원이 엄마'는 이런 사실에 기초해 쓰여진 소설가 조두진의 '능소화'를 무대로 옮겼다.
오페라 '원이 엄마'는 구상 단계부터 완성까지 총 6년이 걸린 역작이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박창근 안동대 음악과 교수는 "원이 엄마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며 "2006년 첫 대본이 나온 뒤로는 곡을 만들고, 수정하고, 재수정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심혈을 쏟았다"고 했다.
'원이 엄마'는 여러 면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간의 국내 창작 오페라가 특정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바탕에 둔 시대극에 가까웠다면 '원이 엄마'는 인류 보편적인 '남녀 간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불멸의 사랑은 차라리 서양 오페라의 테마와 더 가깝다. 이는 '원이 엄마'가 롱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연출가 유홍식은 "자칫 역사 다큐멘터리로 흐르지 않기 위해 인간 내면의 갈등과 반목, 구원 등 드라마적 요소를 부각시켰다"고 했다. 음악적 완성도도 기대된다.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는 편지 구절들은 아름다운 아리아로 탄생했다.
'원이 엄마'에서는 무엇보다 한국적 정서가 진하다. 여주인공 여늬가 남편 이응태를 만나고 헤어진 후 부르는 아리아 '부르리라 님이여' 경우 악보의 음표 자체가 전통 한옥 처마의 유려한 곡선을 형상화했다. 무대, 의상이 한국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마지막 상여가 떠나는 장면에서는 한(恨)의 정서를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창작 오페라 '원이 엄마'는 전생에 천상의 꽃(능소화)을 꺾은 죄를 저지른 여늬와 이응태의 사랑이 큰 줄거리로 여늬를 벌하기 위해 내려온 팔목수라와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스타급 출연진도 볼거리
'원이 엄마'는 명성황후로 잘 알려진 뮤지컬 배우 이태원과 지역 대표 소프라노인 류진교(대진대 교수)가 여주인공인 '여늬' 역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 3층 연습장에서 만난 이태원은 이번 작품에 대한 설렘과 애정을 털어놨다. 이태원은 "정말 오랜만에 하는 오페라(이태원은 뮤지컬 배우로 알려지기 전부터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촉망받는 메조 소프라노였다) 출연이어서 부담감이 너무 컸다"며 "뮤지컬 배우의 음색이 나오더라도 관객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원이 엄마'는 창작 오페라로서는 드물게 노래 선율이 쉽고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적"이라며 직접 허~어, 허~어(극중 '상여가' 중) 하는 판소리 창법으로 노래를 들려줬다. 소프라노 류진교는 연습을 거듭할수록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보통 국내 창작극이 영웅이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원이 엄마'는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만큼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팔목수라 역의 임용석(포항오페라단 총감독)은 "팔목수라는 남편 이응태를 잡아감으로써 여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완성시켜주고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물"이라며 "지역 오페라계에 창작 붐을 다시 지필 수 있는 기대작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페라 '원이 엄마'는 주역 이외에 포항오페라단과 대구오페라페스티벌오케스트라, 그랜드 에코 오페라 합창단이 제작에 참여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