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임금이 궁중의 화가에게 물었다. "가장 그리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개와 말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무엇이냐?" "귀신입니다." 임금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뜻밖의 대답에 화가에게 이유를 묻자 "개와 말은 사람들이 너무 잘 알기에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귀신의 모습은 잘 모르기에 그리기가 쉽습니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개와 말은 흔한 동물이라 볼 기회가 많아 화가가 아무리 잘 그려도 비슷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시비를 걸 수 있지만 귀신은 직접 볼 수 없기에 화가가 대충(?) 그려도 사람들은 시비를 걸지 못한다.
자기를 기준으로 보면 많은 것이 못마땅하다. 그러기에 자신을 객관화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신을 주관화하면 언제나 나만 고생하고 나만 억울한 것 같다. 살면서 너무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는 것이 복잡할 때일수록 먼저 마음을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남보다 튀는 행동을 하면 주위의 눈총을 사기가 쉽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등쌀에 견뎌 내지를 못한다. 개성을 무시한 일치, 일방적인 무개성(無個性)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잊을 만하면 병역비리가 불거져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글을 읽다 보면 군데군데 눈쌀 찌푸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가슴 뜨끔한 내용도 있습니다." "표현에 서툰 소심한 꼬마는 엄마의 등살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따르기를 반복한다." "옷맵시가 나지를 않아 등쌀을 빼려고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나요."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눈쌀' '눈쌀' '등살' '등쌀'이란 단어에서 '눈쌀'은 '눈살', '등살'과 '등쌀'은 '등쌀'과 '등살'로 표기해야 한다.
양 눈썹 사이에 있는 주름을 '눈살'이라고 한다. "눈살을 찌푸리다."로 쓰이는데 이를 '눈쌀'이라고 하면 잘못이며 '눈쌀'이란 단어는 없다. 이와 비슷한 예로 '등살' '등쌀'이 있다. '등살'은 등에 있는 근육을 말하며 일이 매우 거북하거나 힘들어 꼼짝달싹할 수가 없다는 속담으로 쓰이는 "등살이 꼿꼿하다."로 쓰인다. '등쌀'은 '등살'의 잘못된 단어가 아니라 몹시 귀찮게 수선을 부리는 짓을 말한다. "등쌀을 대다."는 몹시 귀찮게 굴면서 수선을 부린다는 뜻이다.
작은 생각이 큰 생각을 이해하려면 힘이 든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오해가 생겨난다.
지금 이해할 수 없으면 한 번쯤 건너뛰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다.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려 애쓰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닫힌 공간을 여는 행동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이다. 이번 한 주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으로 인해 내 등쌀에 못 견뎌 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몸가짐이 신중했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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