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파괴, 격식파괴, 장소파괴…'붕어빵 예식'은 싫다
미혼 남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결혼! 평생에 단 한번뿐인 성스러운 예식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것은 모든 신랑 신부의 바람일 것이다. 나만의 독특한 결혼식을 꿈꾸는 신세대들 중에는 붕어빵 찍어내듯 천편일률적인 예식이라는 틀을 깨고 시간 파괴, 장소 파괴, 형식 파괴 등을 통해 개성 있고 톡톡 튀는 결혼식들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평일 결혼식
똑같은 결혼식은 싫다. 나만의 독특한 결혼식을 꿈꾸는 신세대 부부들이 새로운 결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혼식은 주말 낮에만 해야 한다? 결혼 시즌이 되면 매주 몇장의 청첩장을 받는데 대부분 주말의 오전 11시∼오후 2시에 몰려 있다. 특별한 결혼식에는 얼굴을 비치지만, 나머지는 축의금만 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주5일제인 요즘은 주말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 결혼식에 초대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주말이 아닌 평일 특히 금요일 저녁 시간에 예식을 치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평일 결혼식을 올렸으나 요즘 들어서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평일 결혼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녀 결혼식을 평일에 치르는 사례가 많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과 김태환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금요일 낮에 딸과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이강철 전 청와대시민사회수석도 12월 4일(금요일) 저녁 장녀 결혼식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치를 예정이다. 최근 집행유예 판결로 출감한 이 전 수석은 24일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무죄 판결을 받아 겹경사다.
이들 정치인들은 주말 가족들과 함께 보내거나 다른 볼 일이 있는 하객들을 초청하려니 주말을 빼앗는 것 같아 여유롭게 결혼식을 치르고 하객들을 잘 접대하기 위해 평일 결혼식을 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아직도 평일 결혼식이 다소 낯설다. 대구에서 평일 저녁에 웨딩파티 형태로 새로운 예식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나선 '오월의정원' 김민정 상무는 "수도권에서는 평일 결혼식이 일반화됐으나 대구는 보수성이 강해서인지 아직 많지는 않다"며 "신랑 신부는 평일 결혼식을 하고 싶어하지만 부모가 고개를 저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오월의정원에는 그러나 5건의 평일 결혼식이 예약돼 있는 등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박치석 대표는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갈 경우 대구에서 낮에 결혼해도 다음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밤에 결혼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장소·격식 파괴
야외 결혼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불고호텔 야외 수영장 부근이나 스파밸리 야외 예식장, 뉴욕뉴욕 레스토랑, 동구 문화예술회관, 대구패션센터, 각 대학 캠퍼스 등이 인기다.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해 결혼식을 하는 '하우스 웨딩'도 있다.
또한 결혼 주례사 대신 부모님의 덕담으로 대신하거나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하고 직접 쓴 결혼서약문을 함께 낭독하기도 한다. 신랑이 뽀로로 등 만화캐릭터 복장을 하고 하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한 댄스 강사 출신 신부의 결혼식에서는 동우회원들이 축가 대신 신부와 함께 댄스 공연을 하거나 매직쇼를 벌이는 등 형식을 파괴하는 결혼식도 늘어나고 있다.
●웨딩 문화 변신은 무죄
결혼문화가 시대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예물은 간소화됐고, 한복은 맞춰 입는 대신 빌려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폐백 음식도 집에서 하지 않고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V 등 매스컴의 발달에 따라 유명인이 입었던 드레스나 헤어스타일, 귀금속 등은 신속하게 유행으로 번져 간다. 최근 탤런트 이영애가 꼈던 '참깨반지'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백화점 대백프라자점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 중인 박석문 사장은 "불경기와 금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예물을 목걸이 팔찌 등 세트로 하지 않고 커플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전에는 결혼 준비를 대부분 어머니, 언니 등과 함께 다니면서 했으나 요즘은 웨딩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결혼 전반에 대한 컨설팅과 도움을 주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다음달 결혼식을 치르는 손해지(27·여·동아백화점 근무)씨도 웨딩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손씨는 "웨딩플래너가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는 물론 결혼식장 잡기, 예물과 예단 준비, 신혼여행 등 결혼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을 도와준다"고 했다. 웨딩쇼우 배보현 대표는 "인터넷의 발달로 서울의 웨딩문화가 신속하게 대구에도 전파되고 있다. 대구에만 해도 웨딩숍이 100여개, 웨딩컨설팅 업체가 30여개소 된다. 이들 업체에는 300여명의 웨딩 플래너가 활동 중인데 경쟁이 치열하다. 웨딩 컨설팅 업체도 매우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혼여행의 풍속도 달라진다. 관광성 신혼여행 대신 둘만의 휴양을 떠나는 신랑 신부들도 제법 있다. 4박 5일 일정으로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심래은(29·여·대구 신천동)씨는 "직장일에 지쳐있는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휴양형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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