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영주 하망동 번개시장 "장터는 이맛"

입력 2009-09-25 07:09:15

원당천변 도로따라 100m 늘어선 5일장 명물로

"이거 우리 집 양반이 직접 농사 지은 거야. 골라봐. 덤으로 줄께.", "한 소쿠리 주세요."

5일장 한켠에서 노점상을 연 촌로와 손님이 벌이는 흥정이야말로 한가위의 풍성함만큼이나 정겹고 푸근함이 배어 있어 구경꾼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0일 영주시 하망동 원당천에 들어선 번개시장. 100여m의 도로변에 형성된 장에 추석 대목을 보기 위해 몰려든 뜨내기 장사꾼들과 추석 재수용 장보기에 나선 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북새통을 이뤘다.

속칭 번개장으로 불리는 이곳 5일장은 전통재래시장도 아니다. 그냥 영주와 봉화를 잇는 4차선 도로변이다. 평소에는 일반 도로와 마찬가지로 차량과 행인들로 가득하지만 5일장(5.10.15.20.25.30일)이 열리는 날, 이른 새벽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장사꾼들의 난전이 인도와 2차도를 가득 메웠다가 날이 저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철수, 본래 도로의 모습을 되찾는 곳이다.

이곳 장터에는 과일, 해산물, 야채, 약초, 화해, 농기구, 잡화, 옹기, 어묵, 칼국수, 빵 등 없는 것이 없다.

김경자(48·영주시 휴천동)씨는 "밀물 썰물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번개장터는 덤으로 주는 것과 깎는 재미가 있어 이웃들과 자주 찾게 된다"며 "단골집은 인심과 훈훈한 정이 흐르는 만남의 장소"라며 좋아했다.

"충북 단양, 제천, 봉화 예천장 등을 정기적으로 돌고 있다"는 상인 김경순(58)씨는 "처음엔 6집이 장사를 했지만 20년 가까이 되니, 200개 이상 노점상이 몰려들어 지역 최대 명물장터로 변했고 이젠 단골도 많이 생겨 장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자랑했다.

"직접 수확한 버섯을 팔기 위해 나왔다"는 박명분(선비촌 느타리버섯 작목반 회원)씨는 "비수기가 따로 없고 늘 오시는 분들이 구입해 줘서 장이 열리는 날이 기다려진다"며 "장사꾼은 물건이 잘 팔리고 제값 받아서 좋고 소비자는 싱싱한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어 좋은 직거래 장터"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로와 인도를 빼앗긴 운전자들과 행인들에게는 옥에 티다. 워낙 많은 인파와 노점상들이 몰리다 보니 차량통행과 주차문제에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 그러나 장이 서는 날이면 어른아이할 것 없이 어깨를 부딪혀 가며 장구경 삼매경에 빠진다.

홍애련시민기자 hong8221@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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