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그 시험의 종류나 의미, 자신의 준비 정도가 어떠하든 일단 쉽게 출제됐으면 하고 바라는 게 보통이다. 어려운 문제보다 쉬운 문제, 모르는 문제보다 아는 문제가 많으면 얼굴에 기쁜 빛이 돌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시험이든 응시자의 실력 수준이나 상대적 서열을 가려야 하는 게 본분일 수밖에 없다. 엄정하고 분명하게 변별해낼수록 더 좋은 시험이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맞물려 있다. 변별도와 타당도, 난이도 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골머리를 썩일 수밖에 없다. 문항을 통해 전체 응시자들의 실력 수준을 가려내는 변별도, 출제 범위 내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묻는 타당도, 쉽고 어려움을 조정하는 난이도를 잘 어우러지게 만들려면 그야말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난이도는 출제자들에게 득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쉽게 내려 했는데 응시자들이 어렵게 받아들인다거나, 어렵게 출제했다 싶은데 평균 점수가 높게 나오는 일이 허다하다. '난이도는 신도 못 맞힌다'는 교육계의 속설은 여기서 비롯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일 앞두고 모의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난이도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올해 모의평가에 비해 쉽게 출제될 거라든지, 지난해 수능 수준일 거라든지, 수리영역은 어려울 것이라든지 따위다. 무책임한 소리들이다. 출제자조차 알 수 없는 난이도를 섣불리 왈가왈부하는 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가 갖는 의미를 감안하면 죄악에 가깝다.
차라리 기본 문제와 심화 문제를 어느 정도 비율로 맞추었고, 각각의 세부적 수준은 어떠한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교육적이다. 교사들은 대개 난이도 수준이 기본 20%, 중간 60%, 심화 20%면 적당한 비율이라고 말한다. 수능시험처럼 응시집단과 영향력이 큰 시험의 경우 기본 문제 비율을 더 늘린다고 한다. 시험과 자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구 일부 중'고교의 교내 시험은 까다롭기로 소문이 났다. 전교생 평균 점수가 50점 미만인 경우는 잦고, 30점대인 때도 있다고 한다. 어렵게 출제하는 것이 학교와 출제 교사의 권위를 얼마나 높여주는지 모르지만, 학생 학부모 심정이 좋을 리 없다. 올해 수능시험은 수험생들이 자신을 긍정하면서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끔 출제됐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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