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시설 현대화'''부분육 가공까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도축장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곳에서 나오는 값싼 부산물을 선점하려는 뒷고깃집 식당 주인들과 부족한 단백질을 채우려는 서민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시절만 해도 도축장은 도살장으로 불렸다. 죽음을 앞두고 겁에 질린 소의 모습, 흥건하게 괸 핏물, 그리고 역한 냄새'''. 그러나 요즘 이런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시설 기준이 엄격해진데다 축산물 수입 개방과 함께 식품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축시설이 현대화됐기 때문이다.
고령군 다산면 송곡리에 있는 고령축산물공판장. 규모면에서 전국 2, 3위를 다툴 정도로 도축 물량이 많은 곳이다. 도축과 저장 시설을 기반으로 도축은 물론 경매, 부분육 가공까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 공판장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하루 1천50마리 정도. 이 중 소가 150마리, 돼지가 900마리이다. 1993년 공판장 설립 당시 소 15마리, 돼지 300마리를 도축하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물량이다. 설과 추석 등 수요가 많을 때는 소 300마리, 돼지 1천마리를 도축하고 있다. 공판장 백성봉 환경공무차장은 "올 추석에는 소 출하량 감소로 물량이 달리는 형편이며, 소고기 값도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도축할 수 있는 가축은 소와 돼지, 말 등이다. 그러나 공판장 설립 이후 말을 도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암소를 많이 도축하는 경남도에 비해 수소를 많이 처리한다는 것. 도축장 관계자는 "그냥 관행처럼 굳어졌다"며 "거세한 수소라 암소에 비해 육질이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옛날 사람이 해머로 소'돼지의 정수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끓는 물을 부은 다음 털을 뽑았던 도축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돼지는 전기 충격으로, 소는 특수 총으로 도축했다. 돼지는 순간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킨 뒤 도축했으며, 소는 특수 총으로 정수리 부분을 타격해 쓰러뜨린 뒤 작업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돼지의 경우,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한 질식 방식으로 도축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산소를 차단해 돼지를 질식시킨 다음 작업을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전기 쇼크로 나타나는 근육과 혈관 터짐을 최소화시켜 불량 지육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고령공판장은 현재 냉장창고와 육가공장 증설 작업이 한창이다. 냉장창고는 지난 8월 준공됐으며 육가공장 증설공사는 1, 2차에 걸쳐 공사 중에 있는데, 2차 공사가 완료되는 2010년에는 현재 물량보다 소는 100마리, 돼지는 600마리 더 처리할 수 있다.
배일홍 공판장장은 "우리 공판장은 도축 및 가공부문에 대해서도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작업장으로 인증받아 위생적인 축산물 공급체계를 구축했다"면서 "도매시장 기능을 더 활성화해 농민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유통단계를 줄여 저렴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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