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0원대 추락…수출기업 긴장

입력 2009-09-24 08:48:21

중소기업 환차손 공포감 커져, 연말 1150원까지 예상

1달러값이 1천100원대로 내려앉았다.

수출에 지탱해 살아가는 대구경북의 상당수 기업들이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물건 1개를 1달러에 팔아 1천200원을 받아왔다면 환율이 100원 내려갈 경우, 가만히 앉아서 100원을 날린다.

연간 1억달러를 수출하는 역내 수출기업은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한 해 1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환율 비상!

연간 매출 1조5천억원을 바라보는 대구권 최대 차부품업체 에스엘. 이 회사는 연간 1억달러를 수출한다.

달러값이 100원 떨어지면 이 회사는 손 쓸 겨를도 없이 1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게 된다. 100억원이면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액 수준이다. 수출기업에는 환율의 오르고 내림이 '핵폭탄'에 버금가는 충격을 미치는 것이다.

에스엘 같은 대기업은 내년 수주환율을 1천원대까지 내려 잡았다. 환율하락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큰 기업에 비해 위기감이 더 크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해 500만달러 정도의 섬유제품을 수출하는 대구 성서공단의 델코. 이곳 관계자는 "올해는 환차익을 많이 봤지만 환율이 자꾸만 내려가 걱정"이라며 "1천100원이 마지노선인데 그 밑으로 내려가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수출 경기도 나쁜데 환율까지 자꾸만 내려가니 속이 탄다"며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이용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수출건수는 많은데 건당 액수는 적어 선물환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환율 왜 내리나?

우리 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이 자꾸만 내리는 것은 글로벌 달러 약세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서브프라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달러 공급은 달러화의 초과공급 상황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 일로를 걸어왔다.

게다가 글로벌 주가가 상승하는데다 우리 증시가 파이낸셜 스톡 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 편입에 성공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앞다퉈 매수, 달러 유입이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이달 18일 하루 동안 무려 1조3천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수를 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화를 무더기로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까지 발생, 달러의 국내 외환시장 유입은 더욱 늘고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란 현재 주요통화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달러화를 차입한 뒤 유로,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등 고금리 통화나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

이 같은 상황은 런던 은행 간 금리인 LIBOR 금리에서 달러 금리가 일본 엔화금리를 밑돌면서 촉발됐다. 우리나라는 원화 가치가 상승 일로에 있고 기준금리도 높을뿐더러 주식시장 상승세 또한 이머징 마켓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달러자금 유입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달러값 어디까지 내리나?

대구은행 국제금융부 이성우 부부장은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및 경상수지 흑자, 달러 캐리 트레이드 등으로 인해 달러화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므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대다수 기관들이 연말 환율을 1,1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추세로 봐서는 완만한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외환당국이 환율의 하락속도를 늦추는 매수개입을 몇차례 단행했으며 그 결과 환율의 급격한 하락속도는 조절되고 있다"며 "일중 변동폭도 줄어드는 등 외환시장은 다행히 상당 부분 안정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 김국호 팀장은 "지금 추세는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며 "달러 가치 하락이 완만히 진행되어야 수출 기업들이 달러 가치 하락을 감내할 수 있는 만큼 외환당국은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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