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버스 서비스 긴급 점검]<상>시민 민원 폭발
대구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 3년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2006년 이후 400억~700억원의 시민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시내버스 서비스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구시는 수치상 서비스 지수가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딴판이다.
◆서비스 개선?
대구시가 5월 한 달간 대구 시내버스 이용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내버스 이용자 만족도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 기본자세 점수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해 대부분 향상됐다. 운전자 복장상태(5점 만점)가 3.5점에서 3.6점으로, 운전자 친절성은 2.9점에서 3.1점으로 나아졌다. 운전 중 흡연 행위와 휴대전화 사용도 3.5점에서 4.1점, 3.4점에서 3.6점으로 각각 올랐다.
그러나 시민 체감 지수는 반대다. 대구시 교통민원센터 시내버스 교통불편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월 1일∼8월 31일까지 접수된 민원은 1천2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129건보다 118건이나 늘었다. 특히 운전자 교양 관련 불편이 3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358건)보다 39건 증가했다.
◆버스기사님들,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이틀에 걸쳐 오후 8시부터 막차, 오전 5시 30분 첫차부터 출근시간대 12대 버스에 승차했다. 21일 오후 8시 대구 남구 명덕네거리 승강장. 정차한 버스 기사에게 '좌석버스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타려면 타고 말려면 말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오후 8시 32분 바꿔 탄 버스. 뒤따르던 여성이 카드 단말기에 지갑을 댄다. '카드 한 장만 대 주세요'라는 멘트가 나온다. 허겁지겁 지갑을 뒤지다 교통카드를 꺼내 든 여성은 '빨리 빨리'를 재촉하는 버스기사 손사래에 얼굴을 찌푸렸다. 버스 승객은 고작 8명.
오후 9시 중구 동산병원 앞. 비상등을 켠 버스 두 대가 2차로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서 있다. 버스 실내등은 꺼져 있고 승객은 없다. 버스 회차 지역이다. 버스 기사는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버스 앞유리창에 발을 올리고 있다. 매일 이 시간 이곳을 지나간다는 여고생들은 "꼴불견 버스 기사 때문에 항상 불쾌하다"고 했다.
22일 오전 5시 30분 대구 남구 명덕네거리 버스 승강장. 버스 한 대가 승강장을 그냥 지나친다. 승강장 안내판에는 무정차 버스 번호가 선명하다. 승강장 대기 승객은 기자 단 1명. 버스쉘터 의자에서 일어서는 찰나 순식간에 승강장을 통과해 버렸다.
이날 승차한 12대 버스 승객들은 운전자 인사성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어서오세요' 인사를 건네는 버스기사는 단 1명. '친절히 승객을 맞이한다' '승객을 정성껏 모신다' 운전석 정면에 붙은 기사 수칙이 무색하다.
◆운전자 교양 민원 폭발
대구시 민원 홈페이지에도 운전자 교양 미달을 지적하는 버스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 이달 17∼23일 접수된 전체 91건 가운데 26건이 버스 민원이며 '무서운 버스 기사', '버스 타기 정말 싫어지네요', '불친절 버스 기사' 등 운전자 교양 민원글만 15건이다.
민원글을 올린 한 여성은 "5천원권 지폐를 버스 요금으로 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고 기막혀 했다. "요새 누가 돈을 낸다고 그걸 납죽 요금함에 넣어. 니들 어디서 왔노?" 버스기사 반말이 쏟아졌다. "잔돈을 받고 싶으면 현금 내는 승객한테 직접 받아가라"는 버스기사 때문에 더 치가 떨렸다.
직장인 S(57)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S씨는 "퇴근길 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가 한 고교 앞에 갑자기 버스를 세우고는 고교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는 것을 봤다"며 "평소에도 불친절한 버스 기사여서 탐탁지 않았는데 몰상식한 행동까지 보여 더 기분 나빴다"고 했다. S씨는 "대구시가 준공영제에 쏟아붓는 세금이 아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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