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멸족하려면 국무위원 또는 국무총리가 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소위 국무위원과 국무총리 등의 국회 청문회에서는 그 후보자의 모든 것이 들추어지고 해부되다 보니 결국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치부가 노출되어 개인이 쪼개지고 난도질당할 뿐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개각이 예상되면 항상 짓궂게 전화하는 친지들이 있다. "전화 안 왔어?" "무슨 전화?" "입각하라고…." "또 장난치는군." "아니야, 자네 같은 친구는 꼭 한번 입각해서 일해야 하는데…." 항상 그 다음말이 나온다. "윤 교수는 군대도 갔다 왔고, 세금도 잘 내고, 자녀들도 속 썩이지 않아서 위장 전입도 안 했고, 또 부인이 부동산 투기에 소질이 없어서 안 했으니 장관을 시킬 만한데 왜 개각 때마다 소식이 없는 거요?" 그러면서 그래서 명단에 빠지는 것이니 장관이 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위장 전입'이라도 한번 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또 교회를 바꾸어 다니면 될 텐데 능력이 아깝다고 한다.
며칠 전에도 개각이 되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몇 명, 대법관 등에 대해 국회 청문회가 진행됐다. 또 그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군대 안 갔다, 위장전입했다, 부동산 투기했다, 세금 탈루했다, 논문 표절' 중복이 있었다는 말이 줄을 이었고, 또한 한결같이 청문회 때 다 말씀 드리겠다 죄송하다는 청문회 대상자들의 해명(?)이 반복되었다. 사실 청문회 때마다 회자되는 군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등은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것 같은 게 한국 사회다. 또 사실 뭐 그까짓 것 누구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무슨 잘못이냐? 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잘 아는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대학교 선배가 있다. 1973년 미국에 유학갔을 때 오래 전에 미국에 와서 잘 살고 있는 선배 댁에 초대 받은 적이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자네 군대 갔다 왔지?"하고 묻는다. "네! 육군 대위로 3년 3개월 복무하고 제대했습니다. 그런데 왜 물으세요?" 그 선배 대답이 "자네가 요사이 유학하기 어려운데 유학 왔고 해서 '빽' 쓰고 군대를 연기했거나, 뺀 게 아닌가 싶어 물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지인의 후배 2명을 마중나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항에서 그들을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오는 중에 한다는 소리가 "군대는 왜 가! 바보 같은 놈들"하면서 유학길에 오를 때까지 군대를 빠지기 위해 노력한 무용담(?)을 들려주더란다. 결론적으로 군대 빠지고 유학길에 오른 것을 마치 큰 벼슬한 것처럼 자랑하더란다. 그래서 성질이 곧고 급한 이 선배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고속도로(Free way)에서 차를 멈춘 후 두 유학생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 "너희 놈들, 구보!"하고 떠나왔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의 산부인과 여의사와 변호사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 유태인 부부가 중동전쟁이 나자 자진해서 조국 이스라엘을 위해 남편은 탱크병으로, 부인은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불행히도 남편은 전사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민이면 누구나 군대에 간다고 한다. 남녀의 구별도 없단다. 그리고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결함이 있거나 그 이 외의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군복무를 안 했으면 이유 불문하고 공직(公職)에 나아갈 수 없다고 한다. 개인적인 사업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공직은 안 된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국민의 3대 기본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더라도 공직을 맡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은지? 그러나 결론적으로 어떠한 이유를 대고 변명을 하고 사과를 해도 군대를 안 간 것은 사실이 아닌가?
혹자는 청문회가 도덕적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냐, 개인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을 것 같으나 기껏해야 1년, 1년 반, 심지어 몇 개월 하는 국무의원 자리에 무슨 능력이 필요하겠는가? 오히려 능력이 있으면 설쳐대서 짐이 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솔직히 한마디 할까?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항상 군대 안 가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세금 탈루하고, 논문 표절한 인사 외에는."
물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1년, 기껏해야 1년 반 정도 국무의원을 하는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소. 제발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들 좀 임명하시오. 부탁 또 부탁합니다.
윤방부 가천의대 부총장'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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