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남자 육상 100m

입력 2009-09-23 11:41:33

1988년 9월 24일 서울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100m 결승전. 세계의 눈은 벤 존슨(캐나다)과 칼 루이스(미국)의 맞대결에 쏠렸다.

루이스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100m, 200m, 400m계주, 멀리뛰기 우승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제시 오웬스(미국) 이후 48년 만에 육상 4관왕에 오른,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벤 존슨은 LA올림픽 100m 결승에서 루이스에게 져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이후 전성기를 맞으면서 루이스를 2인자로 밀어내고 있었다. 86년 이후 서울올림픽 전까지 루이스와 다섯 번을 만나 한 번도 지지 않았고, 그 백미는 1987년 8월 로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였다. 존슨은 아무도 예상 못 한 9초83으로 루이스를 눌렀다. 루이스도 종전 세계 타이인 9초93을 기록했으나 처음으로 9초9의 벽을 깬 존슨의 들러리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서울올림픽 결승전. 루이스의 멋진 복수를 기대했지만 내용은 싱거웠다. 30m 정도부터 치고 나간 존슨은 확연한 차이로 루이스를 다시 눌렀다. 존슨이 왼쪽에서 달리던 루이스를 흘깃 보며 오른손을 높이 쳐들고 결승점을 넘는 순간 카메라에 비친 루이스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존슨의 기록은 9초79. 9초9의 벽을 깬 지 1년 만에 9초8의 벽도 넘어선 것이었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 약물 복용 사건이 터져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존슨의 세계신기록은 모두 무효가 됐다.

그로부터 22년, 오는 25일 대구국제육상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에서는 존슨과 루이스의 대결을 뛰어넘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역대 2위(9초69)인 타이슨 게이(미국)와 3위(9초74)인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다.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인 우샤인 볼트(자메이카)는 빠졌지만 게이나 파월 모두 지존의 자리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최정상급이다. 특히 두 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파월로서는 이번 대회가 20일 상하이 육상 그랑프리에서 게이에게 패한 설욕전인 셈이어서 명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육상 남자 100m는 흔히 10초의 미학이라 불린다. 짧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이 종목은 어떤 경기보다 강렬하고 달콤하다. 육상팬이 아니라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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