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 총리 후보자 제시한 자족도시 검토해볼 만

입력 2009-09-22 11:10:48

정운찬 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예상대로 세종시 논쟁으로 뜨거웠다. 야당은 원안대로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행정도시로 가자는 것이고, 정 후보자는 당초 계획한 50만 명 인구 도시가 불가능한 만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기능의 서울과 세종시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 또한 정 후보자가 굽히지 않는 소신이다. 야당 쪽에서는 정 후보자의 사퇴까지 요구하며 펄펄 뛰고 있다. 28일 임명동의 표결 처리가 쉽지 않을 분위기다.

세종시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공약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의 변종이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노 정부가 신행정수도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헌법소원 제기로 위헌 판결을 받자 모양을 바꿔 밀어붙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그 실체다. 노 정부는 정권 말인 2007년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기공식을 통해 대못을 박아버렸다. 행정부처 이전과 도시기능의 현실적 효율성에 대한 논란은 그대로 둔 채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국민 의사를 묻는 절차가 있었다면 지금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국가적 대사를 국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오로지 충청표만 노린 정략적 추진이 오늘의 소란을 키운 것이다. 나중에 태도를 바꾸어 세종시에 동조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한나라당에도 잘못은 있다. 왔다갔다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또한 마찬가지다. 수많은 후유증을 내다보면서도 그대로 밀고 가는 것은 국가 장래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라면 얼마든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미 건설비용의 4분의 1이 들어갔고 세종시 건설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충청권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 세종시의 백지화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점에서 정 후보자가 제시하는 자족도시 대안이 눈에 들어온다. 텅 빈 행정도시보다 실속있는 도시가 나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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