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노점상, 대구스타디움 점령

입력 2009-09-22 10:40:30

고산 포도농가에 한시적 허용…전국서 몰려들어 손 못쓸 지경

2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건너편 대구자연과학고 입구 주변 인도가 불법 노점상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건너편 대구자연과학고 입구 주변 인도가 불법 노점상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 유니버시아드로.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자연과학고 입구까지 1km 구간 인도는 노점상에 점령당한 상태였다. 30여곳에 이르는 노점상들은 포도, 배, 사과 등 각종 과일들을 내놓은 채 팔고 있었다. 가로변은 '과일 전문', '추석 선물 특판' 등 불법 현수막들이 줄지어 나부꼈다.

시민들은 과일을 사려 바짝 차로에 차를 대기 위해 시속 80km로 질주하는 차량들 속으로 급하게 차선을 변경, 아찔한 상황이 수시로 연출됐다. 추석 제수용 과일을 사기위해 들렀다는 정현우(45)씨는 "예전에는 가끔 눈에 띄었던 노점상이 올 들어 확 늘었다"며 "과일을 싸게 판다고 해서 가보면 일반 노점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달 14일부터 대구스타디움 진입 삼거리에 직거래 장터를 마련했다. 포도가 집중 출하되면서 판매 가격이 떨어지고 판로가 제한돼 지역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이유다. 당초 고산지역 포도 농가들을 위해 한시적 허용했지만 유니버시아드로 포도 직판장이 노점상들의 천국으로 변질돼 농가 지원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

수성구청은 고산지역에 거주하는 포도농가 80여명의 신청을 받아 부스 13곳을 설치하고 27일까지 노상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노점상 중 고산 지역 농민은 10여명이 전부다. 실제 노점에서 판매하는 과일도 고산 포도뿐만이 아니라 영천과 경산, 충북 영동 등에서 생산된 포도였고 사과, 배 등 포도와 관계 없는 과일들도 적지 않았다.

농민들은 불법 노점으로 인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직거래 부스에서 만난 한 농민은 "절대 다수가 외지 상인이지만 우리도 길에서 장사를 하는 처지에 말릴 수가 없다"며 "일부 인근 지역 주민들도 있지만 절대 다수가 외지상인이고 전문 장사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점상이 한 두곳이 아닌데다 상인들이 '왜 우리만 단속하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손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고산 지역 농민이 아니면 단속을 해야 하지만 형평성 문제가 있고, 반발이 심해 단속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허가기간이 끝나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