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고도를 찾아서-취재후기

입력 2009-09-22 07:32:42

30년도 훨씬 더된 일로 기억된다. 경주가 고향인 기자는 지금은 철거 중인 경주 쪽샘지구 내에 있던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간 적이 있다.

당시 황남고분군 내의 쪽샘지구에는 주택이 상당히 많았고 친구 집은 이 한가운데 있었다.

친구 집은 굉장히 낡아 있었다.

하루는 이 집의 화장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화장실 벽에 사람의 형태가 희미하게 보여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사람의 앉은 키 만한 좌불상을 친구 아버지가 화장실 벽과 함께 미장을 해버린 것이다.

공포영화에서 벽을 뚫고 사람이 나오는 형상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친구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문화재라도 나오면 불이익이 많이 돌아오기 때문에 누가 볼새라 급히 미장을 해버린 것이었다고 했다.

나의 어린 시절 경주는 신라의 천년 수도였다는 자부심과 귀찮은 문화재가 많이 나오는 곳이었다는 기억이 공존하고 있다.

경주는 문화재가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멈춘다. 그리고 개발비용과 시간이 모두 문화재 주변의 시민들에게 넘겨진다. 여기에 고도보존의 어려움이 있었다. 일본의 고도주변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이 고도보존지구로 지정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15일자로 '고도보존 및 주민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란 '주민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고도보존특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7천만 민족과 전 국민의 조상이 물려준 문화유산의 보고인 고도의 보존을 위한 비용과 각종 피해를 고도 주민들만이 감당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전 국민과 민족이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화장실 벽체로 사용되고 빨래판(문무대왕비 상단부)으로 사용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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