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이달 초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각종 축제 및 행사를 원칙적으로 취소하되, 개최가 불가피할 경우 축소 및 연기할 것 등을 골자로 한 지자체 축제 및 행사 운영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많은 지자체들이 행사와 지역축제를 취소했다. 그러다 정부가 열흘 만인 11일 새로 지침을 내려 영유아나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행사와 감염예방조치를 시행하기 어려운 실내행사만 취소'연기하고 옥외행사는 지자체의 판단에 맡겼다. 사실상 축제 개최를 다시 허용한 것이지만 국내 대표적인 축제인 안동국제탈춤축제 등 290여 건의 지역축제 중 상당수가 결국 개최를 포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는 2천여명, 감염자는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2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확진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인들을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신종플루는 과연 어느 정도 위험하고, 이에 대한 최상의 대비책이 과연 무엇인가를 국민건강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지난 6, 7월에 미국을 다녀왔다. 여행 당시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플루가 전 세계에 확산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시기 미국 전역에서 여행에 대한 아무런 주의와 통제가 없었으며, 언론은 신종플루를 우리와 같이 공포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수많은 청중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필자 역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축제들을 찾아다니며 즐길 수가 있었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경험을 반추해 보니 신종플루가 매스컴에서 연일 대서특필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토록 위험한 전염병이라면 미국의 언론은 왜 그렇게 조용할까? 정말 신종플루는 과거의 흑사병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경북대병원 김신우 감염내과 교수는 "평상시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린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과도한 불안감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신종플루에 대한 국제학술지에서도 신종플루 감염사망률은 0.2%에서 0.6%까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율은 과거 세계적인 문제를 야기한 사스(SARS)의 10%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60%보다 훨씬 낮고, 1918년 스페인 독감의 2.5%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신종플루가 처음으로 확인된 멕시코 보건당국은 신종플루가 전염병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치명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신종플루가 물론 전염성이 강해 개인위생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언론이 매일 크게 취급할 만큼 치명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은 결코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행안부의 지역 행사와 축제 취소 지시가 과연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최상책인가에 대해 의문이 간다. 행안부에서 내린 지침에 따라 행사와 지역축제를 취소해야 한다면 행사나 축제보다 더 집객력이 높은 도시의 지하철도 멈추어 서야 하고 모든 스포츠 경기도 중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염병의 창궐로 인해 축제가 중단된 사례도 있다. 전염성 및 치사율이 높은 콜레라의 발병으로 인해 세계 3대 축제 중의 하나인 독일의 옥토버 페스티벌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도 현재의 신종플루가 콜레라처럼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지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위험도가 독일의 콜레라와 같지 않다면 행안부에서 내린 지자체 축제 및 행사 운영지침은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종 언론매체들도 국민들을 볼모로 신종플루로 인한 공포분위기를 더 이상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 신종플루로 인한 파급효과가 국민경제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의 발전은 사람의 이동으로부터 시작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된 자본력은 승수효과가 높을수록 파급효과가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이동은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수학여행도, 지역의 행사와 축제도 계속되어야 한다. 축제는 지역주민들의 화합마당이자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가을의 수학여행객을 맞이하려고 1년간을 기다려온 관광사업자들의 고충도 감안해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당국자들은 면피성 행정에 연연하지 말고 사람의 이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길 바란다.
서철현 대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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