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역기피자에게는 면죄부 주지 말아야

입력 2009-09-21 11:06:37

경찰이 병역비리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남의 진단서를 바꿔치기하는 수법과 어깨 탈구를 위장하는 것 같은 고의적 신체 손상 행위 등이 집중 수사 대상이라고 한다. 어깨 탈구나 최근 5년간 병역면제 사유로 가장 많은 인대 파열 및 손상은 진단서만 제출하면 손쉽게 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병원이나 신체 검사 담당 군의관 및 병무청의 허점과 사후 관리 부실을 파고든 범죄 행위다.

어깨 탈구나 인대 파열 등은 완치율이 80~90%에 이른다. 치료만 하면 군 복무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병무청은 건강보험공단과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분 이후 진료 기록을 추적하는 사후 관리를 외면하고 있다. 멀쩡한 젊은이가 진단서 한 장으로 환자로 둔갑, 남들 다 지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병역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인들에 대한 조사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도 유명인들의 혐의가 있는지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중앙 및 지방 고위 공직자와 지방의회 의원 자녀의 병역면제율이 일반 국민 면제율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야 할 국가 의무에는 소홀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현역병 충원율이 올해는 93%까지 떨어지고 있어 향후 병력 수급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병력을 감축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군대 갈 남자가 부족한 형편이다. 내 아들이 귀하면 남의 아들도 소중한 법이다. 병역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신의 아들'이니 하는 말이 끊이지 않고서야 나라의 장래가 온전할 수 없다. 병역기피자에게는 공소시효를 없애 평생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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