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 10, 11월 日 성지순례 투어
일본 가톨릭의 역사는 320여년에 걸친 박해의 역사였다. 1549년 예수회 창립자 중 한 명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 일본인 안지로의 안내를 받아 가고시마에 입국하면서 그리스도교 포교가 시작됐다. 당시 일본에서는 그리스도교 신자뿐 아니라 교회와 관련된 모든 것을 포르투갈어 발음에 따라 '기리시탄'이라고 불렀다. 처음 기리시탄은 전란에 시달린 일본 사회에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때문에 고니시 유키나가, 오다 노부나가와 같은 영주들도 독실한 기리시탄이 됐고, 그들의 보호 아래 교세는 발전을 거듭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당시 일본내 기리시탄은 22만명을 헤아렸으며, 금교령이 발동돼 선교사를 추방한 1614년 무렵 37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일본 26성인 순교
오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한동안 무역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기리시탄 보호책을 폈지만 이내 태도가 돌변해 선교사 추방령을 내렸다. 이후부터 일본내에서 본격적인 박해 시대가 열린다. 이즈음에 벌어진 것이 '일본 26성인 순교' 사건이다. 프란치스코회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때문에 비위가 상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7년 수사와 일본인 신자 등 26명을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니시사카 언덕에서 처형했다. 이들은 교토와 오사카에서 붙잡힌 뒤 33일간 800km를 끌려와 이곳에서 처형됐다. 기리시탄에 대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함이었다.
처형된 26인은 1862년 성인 반열에 올랐고, 시성 100주년을 맞은 1962년 기념비가 세워졌다. 1981년 2월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26성인의 청동상이 새겨진 화강암 벽면 뒤에는 박물관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일본 가톨릭의 본산으로 불렸던 나가사키 지역의 포교 상황과 300년에 걸친 박해의 흔적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운젠 지옥의 박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운젠(雲仙) 지역. 온천물이 나오는 골짜기를 일본인들은 대개 지옥 골짜기로 부른다. 운젠 역시 '운젠 지옥'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규슈 지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빠뜨리지 않고 찾는 명소 중 하나다. 하지만 유황 온천으로 유명한 운젠 지옥도 악명 높은 기리시탄 박해지였다. 1627년부터 1632년까지 많은 기리시탄들이 이 지옥에서 고문을 당했고, 배교를 거부한 신자 16명이 순교하기도 했다. 발가벗겨진 채 기도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입을 묶은 뒤 칼로 베인 상처에 뜨거운 유황 온천 물을 붓는 방법으로 고문을 했다. 이런 고문은 10~20일씩 계속되기도 했다. 돌을 달아 뜨거운 온천 아래 가라앉혀 순교시키기도 했다. 1629년 나가사키에서 붙잡힌 기리시탄 중에는 조선인 부인 아사벨라도 있었다. 무려 13일간 열탕과 돌로 고문을 가했지만 끝까지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다.
◆시마바라의 난
나가사키 옆 시마바라 반도는 일본 역사상 가장 비참한 사건 중 하나인 '시마바라의 난'(1637~1638)이 일어난 곳이다. 1613년 막부의 기리시탄 금교령에 따라 시마바라 반도 일대 지방의 박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게다가 시마바라성 축성에 동원된 주민들은 극심한 노역과 무거운 세금 때문에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년 째 계속된 흉작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은 1637년 반란을 일으키고 버려진 하라성으로 집결한다. 이렇게 농민 봉기에 참여한 주민은 남녀노소를 합쳐 3만7천여명. 하지만 12만5천여명에 이르는 막부 군대의 진압으로 3개월만에 초토화하고 만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농성을 한 자는 모두 처형됐다. 당시 농민들의 구심점은 바로 가톨릭 신앙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막부는 '시마바라의 난'을 계기로 한층 더 가혹하게 기리시탄을 탄압하게 된다.
◆일본 가톨릭 성지순례
최근 들어 일본 가톨릭 성지순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톨릭신문사투어는 10월, 11월 중 4차례에 걸쳐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박3일 일정은 10월23~25일로 예정돼 있다.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운젠 지옥과 함께 우라카미 성당과 26인 성인기념관 등이 있는 나가사키, 사세보 지역을 둘러본다. 여행자보험 및 각종 경비를 포함해 83만원. 3박4일 일정은 10월12~15일, 10월26~29일, 11월9~12일로 예정돼 있다.
2박3일 일정에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전교지인 히라도와 기리시탄 순교지인 소토메 등이 추가된다. 비용은 92만원. 문의는 가톨릭신문사투어 053) 428-5004.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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