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T 엔지니어로 산다는 건 행복한 일"
성남 분당에 있는 ㈜엔에스유반도체 사무실. 김동홍(49) 대표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두 손이 다 바쁘다. 왼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이고, 오른손으로는 메모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우스포(southpaw)냐는 질문에는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개혁이나 도전 성향이 90점은 된다"는 그는 경북대 전자공학과 79학번이다. 행정공무원이었던 부친은 법대 등 인문계 진학을 권했지만 '과학 발전'이라는 청운의 꿈을 품고 공대에 진학했다. "당시 입학 정원의 10%는 예비고사 성적만으로 선발해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이끄는 IT 엘리트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국내 굴지의 모 전자회사 내 금기사항 중 하나가 화장실에서 절대로 상사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욕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더군요."
한국의 IT산업과 동고동락을 같이 한 'IT 1.5세대'에 해당하는 김 대표는 86년 금성사(현 LG 전자) 오디오연구소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첫 작품은 콤팩트디스크플레이어(CDP) 개발. 아날로그뿐이었던 당시로선 유일한 디지털 가전기술이었고 국내 관련 전문기술인력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CDP 개발 성공은 그를 반도체업체로 이끌었다. 세계적 IT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 89년 스카우트된 것. "TI 미국 본사가 아시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에 IC디자인센터를 만들었고 제가 컬러TV, 오디오용 제품의 기획'마케팅을 맡게 됐죠. 엔지니어였던 제가 CEO로서 비즈니스감각을 익히게 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13년 동안의 외국계 회사 근무 후 그는 새로운 도전에 연거푸 뛰어들었다. 같은 대구 출신의 동갑내기로, 벤처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변대규 휴맥스 사장의 요청으로 휴맥스의 마케팅부문장(상무 이사)이 됐다가 2003년 코스닥 등록업체 '실리샌드'를 세워 독립했던 것.
하지만 실리샌드를 매각한 뒤 2007년 새로 엔에스유반도체를 설립한 일은 그에게 숨기고 싶은 아픔이었다. "열심히만 일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러나 기업 경영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시장의 변화를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성장의 욕심만 지나쳐 압박감에 서두른 게 화근이었습니다."
엔에스유반도체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내비게이션, 자동주차시스템, 전후방 비전 시스템에 필요한 솔루션 개발이 주요 사업이다.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해외 유명 완성차업체에서 한국 소프트웨어제품을 안 썼는데 지금은 바뀌었거든요. 저희 회사도 지난해 240억원에서 올해 330억원으로 매출을 늘려잡았고 1천억원까지는 자신합니다."
절제하는 습관과 건강을 위해 5년째 여름휴가 때마다 1주일 단식에 나서는 그는 이공계 후배들과 정부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공계 기피라는 뉴스를 보면 참 답답합니다. 엔지니어로 산다는 게 좋은 점이 참 많거든요. 새로운 가치 창조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자긍심도 가질 수 있는 좋은 직업입니다. 뛰어난 인재들이 계속 IT산업에 수혈돼야 한국 경제는 앞으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