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몽준 대표가 성공하는 길은

입력 2009-09-19 08:20:00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에 오른 지 열흘이 지났다. 그간 바쁘게 뛴 행적 가운데 국민들 눈에 들어온 것은 서민을 향한 행보다. 취임 첫날부터 새벽 수산물시장을 찾아 노타이 차림으로 양손에 생선을 들고 서민에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에도 연일 서민들에 다가가는 다양한 스킨십을 언론에 내보이고 있다. 각종 인터뷰에서도 서민에 대한 언급만큼은 빠뜨리지 않고 있다.

6선에 이르기까지 요즘처럼 서민을 입에 달고 산 적은 없었을 것이다. 여당 대표 그 이상을 꿈꾸는 그로서는 자신을 향하는 국민들 시선이 어디에 있고, 자신이 넘어야 할 장벽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몇째 가는 재벌로서 대권까지 넘보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적지 않게 고민했음은 물어볼 것도 없을 것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재산을) 비판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 부자이기 때문에 부자가 아닌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도식적인 사고 아닌가"고 했다.

물론 부자인 것이 잘못일 수 없다. 남다른 노력으로 부를 축적하고 정당하게 납세의 의무를 다했으면 공연히 트집 잡을 일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많은 부자라면 존경의 대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권력을 함께 쥐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가사회에 대한 자기희생과 헌신이 남다르다고 해도 그것을 쉽게 수용 않는 게 우리의 국민정서다. 정 대표의 서민 스킨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정 대표가 보여주는 서민 행보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느끼는지 알 수 없다. 아직은 단순한 정치 쇼로 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부자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보통 국민 속에 스며들어 그들의 삶의 애환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정 대표 스스로 보통 사람들과 섞이려는 노력이 각별해야 함은 말할 것 없다. 전략상 변신이 아닌 진정한 보통 삶의 체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정몽준 정치'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게 집권당 대표의 바른 모습이기도 하다.

국민은 정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다. 어설픈 서민 행보는 반감만 안길 수 있다. 이것저것 욕심 낼 것 없다. 이 기회에 진정으로 서민에 귀 기울이고 눈 돌린다는 인상 하나만 심어도 재벌 출신 여당 대표로서는 성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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