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급'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취미생활

입력 2009-09-19 08:20:00

칠순 넘은 박종근 의원, 골프 비거리 250m 날리는 '세미프로'

우리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직접 뽑은 27명의 국회의원, '그들은 시간이 날 때 어떻게 놀까'. 특기나 독특한 취미생활을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또 어떤 이들은 마니아급으로 제법 높은 수준의 특기를 갖고 있었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지만 칠순이 넘은 나이에 골프 장타자, 술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두주불사 초선, 20년째 단전호흡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전 대표,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구청장 출신의 재선 의원, 검도 유단자인 국회 상임위 위원장, 바둑 4단의 4선 의원 등.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이라고 다를쏘냐. 이들 역시 여가를 보내는 방식은 여느 국민들과 똑같았고 다만 그 바쁜 시간 중에 언제 하냐 싶지만 의외로 즐길 땐 즐기면서 사는 이들이 많았다. 또 한번 빠져들면 보통 사람 이상으로 뿌리를 뽑는 근성도 갖고 있었다.

이들의 특기·잡기 세계를 살짝 엿보자.

◆의외의 취미생활

이명규 의원은 대구 북구청장이 되기 전 변호사 시절부터 스킨스쿠버를 즐기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는 바닷속을 구경하고픈 맘에 새 취미생활에 도전했고 그 후 틈이 날 때면 장비를 갖추고 바닷속 탐험을 즐긴다. 주로 제주도, 통영, 동해 여러 곳을 찾아다닌다. 부부가 함께하는데 부인도 수준급 실력을 갖고 있다. 여당 전략기획본부장의 취미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강석호 의원은 히말라야 트레킹이 연례 행사다. 강 의원은 "무엇보다 기계문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히말라야 트레킹은 산행을 하는 열흘 동안 오직 산과 하늘을 보며 자연에 안겨 걸으며 사색하는 소중한 자신의 시간"이라고 자랑했다.

해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고 있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시간이 여의치 않아 해마다 11월이 오면 가슴만 설렐 뿐이다.

김광림 의원은 보기 드문 진돗개 애견가다. 그는 무슨 이야기든 개를 주제로 쉽게 풀어낸다. 진돗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그는 특허청장으로 있던 시절 연수원 주변에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 3마리를 기증해 외국인에게 특별 코스로 안내하기도 했다.

술에 관한 한 1인자는 조원진 의원이다. 그는 두주불사형. 폭탄주 30~40잔 정도로는 정신이 혼미하지 않다. 국회 내에서도 웬만한 술자리에서는 술로서 지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좌진들도 조 의원의 주량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단전호흡 20년차 전문가다. 그 때문에 웬만한 요가동작도 소화해내며 몸이 상당히 유연하다. 탁구와 테니스도 요즘은 시간이 없어 잘 하지 않지만 동아리에서 웬만한 여성회원 수준은 된다. 박 전 대표가 탁구와 테니스를 치던 모습은 홈페이지에 가면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박 의원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배우 김명민을 한참 좋아했다고 한다.

◆이왕 시작한 취미, 잘해야

박종근 의원은 4선으로 고령에 속하지만 아직도 골프와 바둑에 관한 한 지존급이다. 박 의원은 불과 3년 전 다리를 다치기 전에만 해도 골프 최장타자였다. 칠순이 넘어도 드라이버로 270야드(250~255m)를 날린다. 주변에서 입이 떡 벌어진다. 타이거 우즈가 이 나이가 되어도 이렇게 멀리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한때 세미프로 수준급인 이븐파(72파)를 치기도 했다. 나인홀에서는 언더파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바둑도 아마 4단으로 고수급이다. 국회에서도 그를 이길 자는 아마 6단인 이인제 의원 등 3명 남짓.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상임위원장은 검도 유단자다. 이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경호실 무술지도사로부터 새벽에 검도를 배웠다. 지금은 검도 협회 일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인기 의원은 의외로 마라톤 맨이다. 그는 마라톤 42.195㎞를 완주한 기록도 갖고 있다.

6선의 홍사덕 의원의 취미는 고상하다. 홍 의원은 하루 의원회관에서만 꼭 2, 3시간씩 독서를 즐긴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원자력 에너지, 민주주의 선진화의 길,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 대한민국 재정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재선의 장윤석 의원도 만능 스포츠 맨에 가깝다. 학창시절 탁구, 배구 등에 소질을 나타냈으며 어떤 운동이든지 잘하는 편으로 운동감각이 뛰어나다.

역시 재선의 주호영 의원은 의외로 취미가 다도이다. 그는 차를 만들고 따르고 예의를 지키는 것에 대해 도를 통하고 있으며 스님들과 자주 접하다 보니 차도에 관한 한 속세를 떠난 사람처럼 차분하다. 또 대화를 술술 잘 풀리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재선의 정희수 의원은 학자답게 운동에는 소질이 별로 없으며 영어회화의 달인이다. 그는 지난 세계지도자 국제회의에서 국회 국제국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영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상주의 성윤환 의원의 경우 사진 촬영 취미 15년 경력의 베테랑. 젊은 시절 그림에도 관심을 가졌던 성 의원은 회화와 같은 사진세계를 탐닉, 전국대회 2회 입상경력이 있다.

기타 다른 의원들도 눈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각자 취미분야에서 어느 정도 즐길 수준이 된다.

◆타 지역구 의원들도 이색 취미

국회의원 299명은 다 제각각. 대구·경북지역 외 의원들의 끼와 개인취미도 톡톡 튄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정식으로 음반을 낸 트로트 가수. 국회에서 첫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재철 의원은 색소폰, 나경원 의원은 키보드를 잘 연주한다. 이들은 국회의원 록그룹 사운드를 결성한 바 있으며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함께했다. 박 의원은 대학가요제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도 음악에 대한 애착이 있다. 장 의원은 고등학교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에 빠져 잠시 가출한 경력도 있다. 장 의원은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면 가수의 길을 걸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록이 아닌 발라드 가수"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트럼펫, 클라리넷,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다.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시·서화에 조예를 보이는 의원도 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11년 전 계간 의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최근 두 번째 시집 '장수풍뎅이를 만나다'를 출간했다.

부친 고향이 경남 의령인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은 오페라와 그림에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고 있다.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책을 냈는데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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