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어둠 속의 빛

입력 2009-09-18 07:31:43

어둠 속의 빛

영화 을 보셨습니까?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입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어둠에 갇혀 있는 한 소녀에게 빛을 선사하는 스승의 이야기를 담은 인도 영화입니다. 휴먼 감동 드라마지만 적당히 관객의 눈물에 기대어 흥행을 보장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와 영상,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입니다.

세상과 단절되었던 여덟 살 소녀 미셸이 처음 입을 뗀 것은 쏟아지는 분수에 던져지고 나서 말한 '워-'입니다. 물을 느낀 거죠. 그리고 마더의 '마-', 티처의 '티-'를 소리 냄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건 한순간이다. 초에 불을 붙이면 금방 환해지듯'이라고 말한 스승의 믿음대로 미셸은 빛을 향해 걸어 나옵니다. 사하이 선생이 미셸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유일한 단어는 바로 '불가능'이었으니까요.

사하이 선생은 인생을 아이스크림에 비유했습니다. 녹기 전에 맛있게 먹어야 하는, 우물쭈물하다가 먹지도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생은 한순간에 흘러가 버리니까요. 그게 우리 인생이지요. 미셸을 어둠에서 끌어내 준 사하이 선생은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이 하얗게 지워지고 맙니다. 미셸은 사하이 선생이 자신에게 그렇게 했듯이 불가능이 없음을 보여주려 애를 씁니다. 역할이 바뀐 것이지요.

이렇게 영화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가 무어냐고 끊임없이 묻는 듯했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지를 말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이 축복임을 깨닫는 순간 '내가 무엇이기에?'라는 최초의 물음과 마주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생, 헌신의 힘이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이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날마다 기적' 속에 살고 있다고 한 성인이 말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영화는 어둠과 빛이 결국 하나임을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 줍니다. 검은 졸업 가운을 입은 미셸과 하얀 환자복을 입은 사하이 선생이 함께 세상을 향해 활짝 두 손을 내밉니다. 서로의 존재에 의해 빛을 발하는 그들의 삶은 분명 기적이지만 우리들 삶도 매 순간이 기적이라는 걸 어둠 속의 빛처럼 깨닫게 해 준 영화입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