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질병, 질환분류법으로 정확한 진단'치료
경북대병원 혈관기형클리닉은 자칫 혼동하기 쉬운 질병에 대해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질환분류법을 비교'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혈관종과 혈관기형 환자에 대한 좀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그 결과 올 여름까지 700여명의 혈관종, 혈관기형 환자를 진료하는 실적을 거뒀다.
▷의사조차 헷갈리는 혈관종'혈관기형=출산을 했을 때 부모의 가장 큰 관심은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는지, 아이에게 혹시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여부다. 정상아와 조금이라도 다른 게 발견됐다는 말을 들을 때의 놀라움과 걱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게 모반(母斑)으로 불리는 붉은 반점이다. 병명에 '母'가 들어 있어서 임신중에 무엇을 잘못 먹거나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에 빠지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에게 모반이 있을 경우 대개 피부과나 소아과의 진료를 받게 되는데, 이때 상당수는 '혈관종'으로 잠정 진단돼 "자연 소실되니 기다리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똑같은 증상인데도 3차 의료기관으로 의뢰돼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혈관종'과 '혈관기형'에 대해 의사들조차도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증세에 대해 한 의사는 혈관종으로, 다른 의사는 정맥기형으로 판단하는 일도 생긴다. 한 의사가 말하는 병명을 다른 의사가 이해하지 못하는 해프닝마저 벌어진다. 진단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는 만큼 정확한 초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북대병원 혈관기형클리닉은 성형외과, 혈관외과, 영상의학과, 피부과 등 전문의들이 각 분야의 질환분류법을 비교,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정확한 진료법을 찾고 있다.
▷협진 노하우로 정확한 진료'치료=혈관기형클리닉을 운영하며 질환진단에 치중했던 소아과, 피부과, 병리과의 분류가 치료에 주로 관여하는 혈관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등의 분류법과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혈관클리닉 참여 전문의들은 토론과 수정을 거치면서 자칫 빚어질 수 있는 작은 질환분류의 오차도 없애고 있다.
혈관기형클리닉은 병변(病變'병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을 구성하는 혈관세포의 성질에 따라 선천성 혈관질환을 구성 세포의 증식을 보이는 혈관종양 그룹, 구성 세포의 증식 없이 시간 경과에 따라 확장되기만 하는 혈관기형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이는 1996년 국제혈관기형연구회(ISSVA)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분류법이다.
혈관종양 중 유아혈관종은 출생 직후 2~4주에 발생해 계속 성장하지만 생후 1년을 경계로 사라진다. 그러나 절반 정도는 피부 등에 흉터를 남기며 궤양'감염, 드물게는 시력저하, 음식물 섭취'배뇨'배변'호흡 곤란, 심장부전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는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선천성혈관종, 소방성혈관종, 화농성육아종 등은 자연소실을 보이는 유아혈관종과는 다른 경과를 보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이러한 질환들을 조직검사로도 구별하기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통해 뚜렷하게 구별, 조기 치료가 가능해졌다.
혈관기형은 모세혈관기형, 정맥기형, 림프관기형, 동맥기형, 동정맥기형 등으로 나타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진행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모세혈관기형은 초기에 분홍빛이던 것이 보랏빛으로 변하고 병변이 차츰 두꺼워져 미용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초기에는 혈관레이저를 사용해 치료, 효율을 높이고 있다.
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석종 교수와 성형외과 정호윤 교수는 "최근 개발된 새로운 분별표지자들을 이용해 구성 혈관 내피세포의 성상을 자세히 나누고 영상의학적 기법을 동원해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약물요법, 수술요법과 경화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들을 이용,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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