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10년. 하지만 지난 10년의 결과를 보면 성적은 낙제점이다.
재산이나 소득조건이 수급자에 해당하는데도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 특히 내년에는 예산감소로 빈곤층의 생계가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양기준에 구멍뚫린 사회안전망
올 2월 봉고차 한 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던 '봉고차 모녀'의 사연에 이명박 대통령은 "신빈곤층을 찾아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또다른 '봉고차 모녀'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많다.
당뇨를 앓고 있는 이모(36·여)씨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1학년인 두 아들과 힘겹게 살고 있다. 몸이 아프다보니 벌이는 100만원을 넘기기 어렵고 이마저도 약값으로 사용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남편은 가출한 지 8년째. 현재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씨는 몇 달 전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남편이 이씨 명의로 구입한 9년 된 1500㏄ 소형차량 한 대가 있기 때문. 운전면허가 없는 이씨는 "차에 압류가 많아 팔지도 못해 구청에서 가져가 달라고 애원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정모(72)할머니는 노인일자리 참여를 통한 수입 2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8만8천원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방세 11만원을 지불하고나면 끼니를 때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2000년부터 수급자였던 할머니는 2년 전 셋째 아들이 취업하면서 보호 중지가 돼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2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아 아들네 네식구가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를 도와줄 겨를이 어디 있겠냐"며 "힘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끼니조차 잇기 어렵지만 부양의무자 조건에 걸려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며 "심지어 한 할머니의 경우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생계비를 지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신 빈곤층
근육병 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는 이모(38·여)씨는 한달에 100만원 가량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가지고는 아들 치료비 대기도 힘들다. 하지만 일을 하고 싶지만 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수급비를 깎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씨는 "몇 달에 한번씩 병원신세를 지는 아들 때문에 고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형편은 아니고 몇 십만원 벌려다 수급비만 깎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까 겁이 나 일을 못한다"고 했다.
수급자 중에는 자활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수급자도 있지만 이들 역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확률은 미미하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자활 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 수급자에서 벗어나는 비율은 2002년 6.9%, 2004년 5.4%, 2006년 6%, 2008년 6.1% 등에 그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신빈곤층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데도 처분할 수 없거나 실익이 없는 재산이 등재됐거나 부양의무자 기준에 결격 사유가 생겨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2006년 329만5천명, 2007년 368만3천명, 2008년 401만1천명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
모 시설 사회복지사는 "최저생계비 기준의 현실화가 없다면 빈곤층이 수급자 신분을 벗어나 자활을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4인 가구 평균 소득 대비 4인 가구 최저생계비 비율은 1998년 45%였으나 지난해 30.8%로 줄었다.
더구나 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내년도 최저생계비는 지금까지 가장 낮은 인상률인 2.75%의 인상만이 예정돼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자활은 생활을 유지하고도 일부 남는 것이 있을때나 가능하지만 지금의 기준으로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해 수급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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