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안동교구 설정 40년 20일 기념행사
'기쁘고 떳떳하게!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천주교 안동교구가 올해로 설정(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안동교구는 설정 40주년 교구 사명 선언문을 통해 '생명의 하느님'(시편 42,3)이시며 '생명의 샘'(신명 39,19-20)이신 하느님께 그 뿌리를 둔 인간 생명과 자연 생명, 곧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동교구는 20일 안동 실내체육관에서 교구 설정 40주년 기념행사를 마련, 3만5천여명의 교구 신자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신앙생활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동교구 신앙의 씨앗, 홍유한 선생
안동교구 지역에 복음 전파의 싹은 1785년 서광수 가정이 박해를 피해 '상주 이안 양범리 배모기'로 이주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또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한국 교회 최초로 천주교리에 따라 수덕생활을 한 영주 단산 구구리의 농은 홍유한 선생의 수계생활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안동교구는 한국 교회 순교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우촌, 순교자들의 형장과 함께 순교자들의 피와 땀이 스며 있어 '박해와 순교 신앙'이 씨앗이며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홍유한은 경상도 북부지방(현 안동교구 지역)에 최초로 복음의 말씀을 가져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안동교구, 1969년 5월 29일 설정
1911년 설립된 대구교구는 경상도 지방을 관할하면서 6·25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교세를 확장해 왔다.
이후 활발한 포교활동으로 1966년 대구교구장 서정길 대주교는 경북 북부지방을 사목할 새 교구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안동교구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안동교구의 관할 지역은 안동 감목대리구 지역인 안동, 영주, 영양, 봉화, 예천, 영덕, 청송지방이었다. 영일과 포항지방은 대구교구로 넘어가고, 대구교구 지역인 의성지방과 왜관감목대리구 지역인 상주와 문경지방은 안동교구로, 원주교구의 지역이었던 울진이 안동교구로 편입됐다.
1969년 5월 29일 교황 바오로 6세는 경북 북부지방을 대구교구에서 분리해 안동교구로 설립하고, 초대 교구장으로 당시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이며 대전교구 상서국장 겸 대흥동 본당 보좌신부였던 두봉 레나도(Rene Dupont) 신부를 임명했다.
◆가난한 이웃으로, 생명농업운동의 태동-초대 교구장 두봉 레나도 주교
피폐한 농촌지역인 안동교구에서 초창기에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사제수급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였다. 두봉 주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적으로는 사제들에게 가난의 영성을 강조했고 많은 외국교구와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70, 80년대의 정치적 암흑기를 지내면서 안동교구는 지역 기반이 되는 농민들의 문제와 사회정의의 문제에 대해 형제적 우애와 사목자적인 사랑으로 동참했다.
숱한 사건 가운데서도 한국 역사에 뚜렷이 남아 있는 사건이 1978년 발생한 '오원춘'사건. 영양지역 감자피해 항의로 시작된 이 사건은 오원춘 알퐁소 납치, 정호경 신부 구속, 전국교구의 기도와 단식, 외무부 두봉주교 출국명령, 교황청과의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지역 안에 더욱 열린 교회로 발전-2대 교구장 박석희 이냐시오 주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라는 사목 표어를 가지고 제2대 교구장으로 취임한 박석희 이냐시오 주교는 지역사회에 열린 교회라는 전통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민들에게 더욱 봉사하는 교회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교구 내에 사회복지사업이 강조돼 박석희 주교의 재임기간에 19개의 사회복지시설이 생겨나게 된 것.
순교신앙의 계승에도 목소리를 높였다.순교신앙을 이어받아 오늘의 삶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최초의 수덕자 홍유한 선생의 묘소를 조성하고 그 옆에 우곡 피정의 집과 청소년 수련원을 건립했다.
생명운동으로 전환된 가톨릭농민회의 방향과 더불어 교구내 소공동체적인 생명운동으로서 시작된 '생명의 공동체'는 더욱 발전돼 교구내 각 지구에 소공동체 형식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모임이 만들어지게 됐다.
◆나눔과 섬김, 친교의 교회로-3대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두봉 주교에 의해 기초가 다져지고 박석희 주교에 의해 발전을 거듭한 교구 전통은 2001년 12월 4일에 착좌한 권혁주 주교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사목표어로 삼은 교구는 지역민의 가난과 아픔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안동교구 지역의 가난한 현실을 좀더 체계적인 가난의 영성으로 승화시켜 나가려 하고 있다. 2003년 3월 '복음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단계별 프로젝터를 마련해 구체적인 복음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교구 설정 4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해오면서 교구의 뿌리가 되는 순교자들의 영성을 재발견해 신자들의 신앙생활 토대로 삼아 교구의 '새로운 영적 붐' 조성에 노력해오고 있다.
권혁주 주교는 "앞으로 50주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 훌륭한 평신도 양성을 위해 교리 신학원 등 교육기관을 설립해 교구 도약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라 밝혔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2000jin@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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