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나이지리아 발전위해…" 대가대 윌리엄스·폴 형제

입력 2009-09-11 16:38:35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 대구가톨릭대 한국어학당에 유학 온 우조 형제. 이번 학기 특별전형으로 학부 생활을 시작한 형제는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을 놓지 않고 생활한다.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 대구가톨릭대 한국어학당에 유학 온 우조 형제. 이번 학기 특별전형으로 학부 생활을 시작한 형제는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을 놓지 않고 생활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한국 기업체에서 일하다가 고향인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의료기기 회사를 창업하고 싶습니다. 동생은 대학 공부를 하고 한국 기업에서 기술을 닦은 뒤 조국의 정보통신 분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11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2%를 돌파했다. 주변에서 외국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다문화시대다. 하지만 아직 아프리카 출신은 많지 않다. 나이지리아 오지에서 대구가톨릭대로 유학 온 우조(Uzoh) 형제의 도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형제는 지난해 10월 나이지리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한 수녀의 소개로 대구가톨릭대 한국어학당에 왔다. 10개월간 한국어를 배운 그들은 내친김에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생이 됐다. 2학기부터 형 윌리엄스(27)는 생명공학과, 동생 폴(23)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첫 도전에 성공했다면 한국어로 공부하는 두 번째 도전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수업을 들은 지 이제 일주일. "학교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교수님께서도 잘 대해 주시고, 친구들도 많이 도와줘서 힘이 나요. 시간이 나면 한국 친구들과 축구를 자주 합니다. 한국어 문법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고 전화 통화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존댓말 같은 게 자주 헷갈리고, 사투리는 너무 어렵습니다."

이국 생활의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날씨가 문제다. 겨울 기온도 2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아프리카 출신의 형제가 처음 맞은 지난겨울은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이다.

"한국 겨울 너무 추워요. 고향에서 두꺼운 옷을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으니 입을 옷도 별로 없었어요. 어학당 선생님과 친구들이 외투를 사주시지 않았다면 꽁꽁 얼 뻔 했어요." 그래도 형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밟아보고 눈싸움을 한 경험, 강원도로 스키 타러 간 일은 정말 흥미로웠다"고 했다.

형제에겐 한국어 이해나 환경 차이 적응보다 생활비 마련이 더 걱정이다. 학비는 대학에서 면제해 줘 부담이 없지만 생활비는 구할 길이 없어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처지다. 그래도 형제는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루고자 하는 꿈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희 고향은 나이지리아 남동부 오웨리(Owerri)인데 마을 사람들이 공동 우물을 먹을 정도로 낙후된 곳입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어서 형인 저는 고향에서 대학 3학기까지 마쳤습니다. 부모님과 8남매가 행복하게 살면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김재경기자 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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