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의 사망률은 0.1% 정도이다. 진단받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사망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달리 말하면 99.9% 이상이 별문제 없이 호전된다는 것이다. 0.1%의 위험 그룹에는 누가 속할까? 일부 예상하지 못한 건강한 사람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만성질환자들이다. 이들 약자들은 마땅히 관심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은 A/H1N1, A/H3N2, B형 등 3가지 균주(strain'순수하게 분리해 배양한 세균이나 균류)를 포함하고 계절이 바뀔 때 유행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바이러스 균주들과 항원적으로 일치되는 것들로 매년 갱신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불활화 백신(물리적 또는 화학적 처리에 의해 바이러스 혹은 세균을 사멸시키고 이에 오일이나 겔 같은 면역조성제를 첨가해 만든 백신)의 경우 백신균주와 유행균주가 잘 일치할 경우 50~80%에 달하는 인플루엔자 예방효과가 있다.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은 해마다 10, 11월쯤 투여받아 왔는데 더 적극적으로 투여받아야 될 것이다.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도 사용량이 많아져 백신이 부족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에 걸릴 경우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이들은 ▷천식 등 만성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소아와 성인 ▷당뇨 등 만성 대사 질환'신부전'혈색소병증'면역저하 환자'HIV 감염자 ▷지속적인 아스피린 투여가 필요한 소아 및 청소년 ▷인플루엔자 유행기에 임신했거나 임신할 계획이 있는 사람 ▷양로원 또는 요양기관에 거주하는 사람 ▷6~23개월의 소아 ▷50세 이상 등이다.
또 의료인이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과 밀접한 접촉을 하는 간병인과 가족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은 신종플루의 예방에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플루백신 투여가 가능한 시기가 되더라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백신의 공급 우선 순위는 국가가 상세히 결정할 일이지만 우선 순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인용 23가 폐렴구균백신(23가지 종류의 폐렴구균에 대한 예방약)은 폐렴 전체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며,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에 대한 효과가 60~70% 정도이다. 신종플루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 이 백신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이 맞아야 한다. 65세 이상은 1회, 면역저하자는 5년마다 접종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 이 폐렴구균 백신을 소비해 고위험군에 쓸 백신이 없어지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소아용 7가 폐렴구균백신(7가지 종류의 폐렴구균에 대한 예방약) 역시 신종플루 예방능력은 없으며, 폐렴구균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택접종약제로 고가이다.
지금은 신종플루에 대한 사회적인 공포심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위험도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약자에게 백신을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하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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