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지대 사람들]경일대 공예디자인학과 최인철 교수

입력 2009-09-10 15:04:48

"꽃과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 감성 키우죠"

경산 와촌, 차도 옆으로 노출콘크리트 건물 한 채가 눈에 띈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건물은 경일대 공예디자인학과 최인철(58) 교수의 작업실. 2004년 완공해 이미 5년이나 된 건물이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완성이 덜 됐어요?"라며 문을 연다.

별다른 꾸밈없는 노출 콘크리트 기법이 눈에 익숙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독특한 공간에 말을 붙여보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앞마당의 잔디를 지나 문을 열면 긴 직사각형의 갤러리를 먼저 만날 수 있다. 최 교수의 작품이 전시된 이 공간은 남향의 따스한 빛을 받아 도예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도자기라 하기엔 낯선 작품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조(도자기 조각) 작품. 그릇도 엄연한 조형이듯 흙의 물성을 강조한 이 작품들은 물리적 힘을 받았을 때 흙의 변화를 보여준다. 막 흙 속에서 나온 듯한 불상이 토속적으로 느껴진다.

갤러리를 지나니 널찍한 작업실이 나온다. 작업실은 2층까지 천장이 뻗어있어, 더 밝아보인다. 작업실 뒤쪽에는 소성가마가 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집은 43㎡(13평) 임대주택에 살면서도 널찍한 작업실을 갖춰 집사람이 서운해할 때도 많았어요. 집은 없어도 작업실은 있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도예작가라면 작업실을 우선할 수밖에 없죠."

최 교수는 도자기 2세대다. 일찍부터 대학 강단에서 도예 분야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해왔다. 환경도자의 개념도 20년 전 강단에 도입했다. 대구문예회관 외벽을 비롯해 여러 아파트를 도자기로 장식했다. 도자기도 건축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도자기술이 이어져왔지만 임진왜란 등을 겪으며 근대를 상실하면서 그 역사도 상실해버렸죠. 짧은 시간 많은 작가들이 노력한 결과 이제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도자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세미나실로 들어섰다. 세미나실은 대학원 수업이 이뤄지기도 하는 곳이지만 안주인 안용희(56)씨의 솜씨가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차를 좋아하는 안씨는 이곳에서 계절에 맞게, 때에 맞게 차를 우려낸다.

이 집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뒤뜰. 팔공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잠시 고이는 인공연못은 운치를 더하고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하다. 꽃과 바람이 머무르는 이곳은 이 집의 비밀장소다.

이 집의 구조와 설계가 남다르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건물은 2005년 건축 관련 대상을 받았다. 최 교수는 '건물이 나이드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가 좋아 이런 건축방식을 택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지만, 계절을 느낄 수 있어 이 건물이 오히려 축복이란다.

2, 3년 뒤에는 갤러리를 일반인들에게도 오픈할 생각이다. 제자들과 학생들의 독특한 도예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최 교수의 바람이다.

한일도예대학, 한국현대도예가회 학술세미나 등을 여기서 개최하기도 했다. 도예작가들의 국제적인 사랑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발달할수록 개인이 필요로 하는 감성이 커집니다. 자연 속에서는 많은 변화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게 작가들이 도시를 나오는 이유입니다. 몸소 풀 뽑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것, 그게 여기서 저의 행복이죠."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