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철도'에서 인기만점 여행코스로
태국 중서부 짱왓주에 자리한 칸차나부리(Kanchanaburi)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이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곳은 평지가 많은 태국 중부에서는 보기 드문 험준한 산악과 정글 그리고 계곡이 인근 국가인 미얀마까지 펼쳐져 있어 태국에서도 유명한 국립공원들이 많은 곳이다.
지대가 높아 태국 중부 지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기후가 시원하고 국립공원 구석구석까지 도로가 연결돼 있어 주말이면 캠핑이나 오프로드를 즐기는 현지인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 콰이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 River Kwai)
작은 마을에 불과하던 칸차나부리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의해서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칸차나부리를 점령한 일본군은 태국과 버마(현재 미얀마) 간의 물자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연합군 포로들과 태국인, 미얀마인 등의 강제 노역자를 동원해 철도공사를 진행하였는데 험난한 지형과 열대 기후에 비해 장비는 형편이 없었기 때문에 공사 중 8만명의 노동자와 1만6천명의 연합군 포로, 수천 명의 일본군이 목숨을 잃었다.
총 길이 417㎞에 건설기간만 15개월 이상이 걸린 이 철도 공사는 열악한 공사 환경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에 '죽음의 철도'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공사는 훗날 피에르 볼레(Pierre Boulle)에 의해 '콰이강의 다리'라는 책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고 이후 1957년 동일한 이름으로 영화화 되어 그해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휩쓴 화제작이 되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영화보다 영화 속 배경 음악인 '콰이 강 행진곡'(River Kwai March)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영화 속의 촬영지는 칸차나부리가 아닌 스리랑카의 한 계곡에서 찍었다.)
아픈 과거를 간직한 철도지만 지금은 그 위를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을 태운 기차가 운행하고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해준다.
딱딱한 나무 의자와 뜨거운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가 달려 있는 3등 완행열차는 조금만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좁은 협곡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철로를 따라 펼쳐져 있고 중간 중간 정차하는 간이역에서는 닭고기나 과일 같은 먹을거리와 음료수를 사고파는 정겨운 태국 시골의 풍경이 펼쳐져 여행자들에게 인기 만점인 여행 코스로 손꼽힌다.
특히,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는 콰이강의 다리를 배경으로 '빛과 소리의 쇼'가 펼쳐지고 다리 주변으로 야시장이 서면서 다리 폭격을 기념하는 '콰이강의 다리 행사'가 열려 평소보다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 에라완 국립 공원(Erawan National Park)
에라완 국립공원은 칸차나부리 주변에 위치한 5개의 국립공원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6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에라완 국립공원은 울창한 열대 우림으로 둘러싸여져 있고 옅은 옥빛을 띤 계곡을 따라 수영을 즐길 수 있는 7개의 폭포가 있으며 산책 중 원숭이, 사슴 등의 야생동물도 볼 수 있어 방콕 근교에 있는 국립공원 중 가장 유명해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에라완 국립공원 외에 323번 국도변에 위치한 싸이욕 너이 폭포(Nam Tok Sai Yok)는 낮은 높이에서 넓게 퍼지며 흐르는 에라완 국립공원의 폭포들과 달리 둥글둥글한 석회암 바위 위로 흘러내리는 폭포로 수량이 풍부하고 주변에 식당과 숙소들이 마련되어 있어 역시 인기가 좋은 곳이다.
▷ 칸차나부리 시내 볼거리
칸차나부리 시내는 콰이강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어져 있는데 대표적인 관광지인 콰이강의 다리를 비롯해 대부분 2차 세계대전 관련 볼거리들이 주를 이룬다.
제쓰 전쟁 박물관(JEATH War Museum)은 1977년에 설립된 야외 박물관으로 JEATH는 일본(Japan), 영국(England), 호주(Australia), 태국(Thailand), 네덜란드(Holland)의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콰이강의 다리와 철도 건설 당시의 현장 사진과 수용소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열악했던 작업 환경을 엿 볼 수 있다.
콰이강의 다리 옆에도 제쓰 박물관(World War Ⅱ Museum JEATH Museum)이 있는데 처음에는 전쟁 박물관으로 불리었으나 제쓰 박물관이 잘 되자 이곳도 제쓰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이곳 역시 철도 공사 당시의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칸차나부리 역 건너편에 자리한 연합군 공동묘지(War Cemetery)에는 철도 공사 중 죽음을 맞이한 연합군 포로 중 6천982명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데 묘비에는 당시 소속 부대명, 나이 등과 함께 동료들에게 남기는 글이 적혀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김종욱
[Tip] 방콕에서 칸차나부리로 가는 방법
-버스 : 가장 일반적인 이동 방법으로 방콕 남부 터미널(콘 쏭 싸이따이)에서 출발하며 매 시간 4, 5대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
-기차 : 방콕의 톤부리(Thon Buri)역에서 하루 두 편만 운행하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버스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지만 좀 더 여유롭게 창 밖 풍경을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쯤 타볼 만하다.
-여행사 미니버스 : 주로 배낭여행자의 거리인 카우산 로드에 위치한 여행사에서 운행하며 대부분 봉고 차량이다. 카우산로드에서 출발해 칸차나부리 시내에 도착하기 때문에 편리하며 요금도 저렴하다. 하지만,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와 비교해 시설은 떨어지는 편이다.
◇시간이 없다면 일일투어를 이용하자
칸차나부리의 주요 관광지는 시내보다는 외곽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라면 개별적으로 둘러보는 것보다 일일투어를 이용해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일일투어는 가격에 따라 프로그램 내용이 조금씩 틀리지만 대부분 콰이강의 다리, 죽음의 철도, 에라완 폭포, 싸이욕 폭포, 코끼리 트레킹, 래프팅 등이 포함되어 있어 알찬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방콕에서 일일투어를 신청할 경우 방콕-칸차나부리 왕복 이동 시간으로 인해 칸차나부리에서 출발하는 일일투어와 비교해 프로그램 내용이 빈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방콕에서 투어를 신청할 경우에는 1박2일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코끼리 트레킹 여행자 많이 찾아
칸차나부리는 코끼리 트레킹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본래 코끼리 트레킹의 본산지는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지만 방콕에서 버스로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은 고산족을 빼고는 치앙마이에서의 트레킹 환경과 큰 차이가 없는 칸차나부리에서 트레킹과 래프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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