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기자의 음식탐방] '솔내음 한정식'

입력 2009-09-10 10:27:14

톡 쏘는 홍어에 담백함 만끽'이것이 바로 전라도의 맛'

전라도 음식과 경상도 음식이 만나면 어떤 퓨전요리들이 탄생할까.

'솔내음 한정식' 박은수(58) 사장은 전라도 광주가 고향이다. 전라도 여자와 경상도 남자가 결혼해 청도에서 살던 박씨는 5년 전부터 앞산 밑에서 '솔내음 한정식'을 꾸려오고 있다.

전라도가 고향인지라, 박씨의 음식에는 전라도 음식의 재료와 경상도 음식의 기질이 함께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전복, 홍어, 전라도식 간장게장 등 푸짐한 해물들이 주를 이루는 이 집 한정식은 3,4일에 한번씩 전라도 현지에서 생물들을 버스편으로 직접 수송한다.

냉동이 아닌 생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철 해산물들이 상에 올라온다. 5'6월엔 병어, 가을철엔 벌교'무안산 낙지, 겨울에는 벌교에서 캔 꼬막이 주재료가 된다. 가을이 되면 식탁은 더욱 푸짐해진다. 낙지를 이용한 연포탕, 세발산낙지, 낙지찜 등 다양한 요리로 변주된다. 1만원의 낙지값을 따로 내면 낙지찜 등을 맛볼 수 있다.

전라도 음식상답게 홍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돼지고기,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나오는 홍어삼합은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 홍어를 쉽게 먹을 수 있다. 홍어는 얼마나 삭히느냐에 따라 톡 쏘는 맛을 결정할 수 있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홍어는 주로 2도 정도로 삭힌 홍어다. 미리 주문하면 5도로 삭힌 강한 향의 홍어도 맛볼 수 있다.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무친 홍어 무침과 함께 특이하게도 홍어전도 선보인다. 홍어전은 뒷맛이 톡 쏘는 독특한 맛의 전이다.

손님들은 "종류만 많고 젓가락 갈 곳 없는 일반 한정식집과 달리 먹을 만한 메뉴들만 나와 실속이 있고 푸짐하다"고 좋아한다.

전체적으로 봐도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너무 맵거나 짠 음식은 없다. 전라도식 간장게장도 심심하다 싶게 담가, 짜지 않다. 전복찜은 전복과 소라, 새우, 미더덕 등 싱싱한 해물이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린 채 찜으로 내온다. 미더덕이 들어가 시원한 느낌이 가미된다.

구절판을 응용한 소고기 요리는 세 가지 과일을 갈아 만든 과일소스로 맛을 낸다. 양파, 바나나, 오렌지, 복숭아, 사과 등 계절에 따라 다른 재료들로 색다른 소스를 만들어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지역 음식이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해 시뻘겋고 자극적인 것에 반해 이집 상차림에는 그런 음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먹고 난 후에도 속이 거북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 집은 밥을 특이하게 내온다. 대나무 소쿠리에 쌀밥, 조밥, 오곡밥을 내와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된장은 시어머니가 청도에서 직접 담근 것을 사용해 우리 된장 고유의 맛이 살아있다.

의외로 젓갈은 많지 않다. 박 사장은 "요즘은 짠 음식을 싫어하는 데다 전라도 지역에서조차 젓갈을 많이 내놓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개젓, 오징어젓 등 한 가지 젓갈만 나온다.

박 사장은 경상도 손님들에게 이왕이면 친절한 어조를 부탁했다. "전라도에 가면 손님도, 주인도 거의 부탁조로 대화하거든요? 그런데 경상도는 명령조를 많이 사용하셔요. 이왕이면 서로 기분좋은 말이 좋지 않을까요?"

전라도 음식답게 상차림이 푸짐하다. 2만원짜리 한정식에는 홍어삼합, 전라도 간장게장, 홍어무침, 돼지갈비, 애느타리버섯, 굴비, 전복회, 상어껍질두루치기, 명태찜, 맥반석 김 등이 나온다. 3만원에는 전복회가 빠지고 전복찜이 추가된다. 053)655-151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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