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36]「도오모」(どうも)와「도오조」(どうぞ)

입력 2009-09-09 15:53:33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일본여행 때 알아두면 편리한 말 하나를 들라면 '도오모'라는 말이 아닐까? 이 '도오모(どうも)'라는 일본어는'정말, 매우, 참'이라는 뜻으로, 뒤에 오는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미안합니다' 등의 생략어로써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는 최상의 축소형 말이다.

일본인들과 무슨 말을 할 때 뒷말을 빼고 그저 '도오모'라고 하면 상대가 충분히 알아듣는데, 이렇게 편리한 '도오모'도 역시 우리말 '또 머'에서 나온 말이다. '또 머'는 경상도 방언으로, 오늘날의 '또 뭘'에 해당되며 '이렇게 잘 해줬는데 이 이상 더 어떻게'라는 말의 함축어인데, 정말 일본어의 '도오모'는 이 말 뜻을 전부 압축시킨 말이다.

우리말에서 나왔으나 이를 축소 발전시킨 공로는 그야말로 금메달감으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우리 속담에 '되글로 배워서 말글로 쓴다'는 것은 바로 이런 말을 두고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잘 써 먹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렇게 보면 '도오조(どうぞ)'도 우리말 '또 어서'에서 나온 같은 맥락의 말인데, '어서, 아무쪼록, 부디'라는 뜻으로, 상대방에게 무엇을 권하거나 부탁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원형은 '도오조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どうぞ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로'부디 잘 부탁합니다'인데, 뒷말은 빼고 그냥 '잘'이란 '도오조'만으로도 충분히 통한다. 그래서 '어서 드세요'라고 할 때도'도오조', 잘 부탁합니다도 '도오조', '부디 합격하세요'도 '도오조'로 좌우지간 시도 때도 없이 잘도 쓴다.

배우는 사람이 잘 따라할 때 우리는 '맞네'라고 하는데, 이 말이 일본어로 '흉내'라는 뜻의 '마네'(まね)가 되며, '흉내내다'라는 '마네루'(眞似る)에서'배운다'라는 '마나부'(學ぶ)가 되었다. '흉내가 배움의 시작'이라는 말을 음미하면서, 실로 공부한다는 것은 흉내내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바다. 그런데 '흉내'하면 우리는 곧잘 원숭이를 연상하는데, 우리가 대단찮게 생각하는 한국말들을 이렇게 기막히게 잘 활용한 지혜를 보면서 한국에는 원숭이가 없지만, 일본에는 니혼사루(日本さる)라고 하는 원숭이들이 많이 있는 것 또한 신기하게 느껴진다.

일본 원숭이들은 보스 중심의 엄격한 조직사회를 가지고 있으며, 벳부 온천의 원숭이 산에 가서 이들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일본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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